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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정신의료기관 입원환자에 병실 청소 당번..인권침해"

현행법상 치료·재활 목적 아닌 노동 강요 안돼
인권위, 병원 측 '강제성 없었다' 주장 수용 어려워

인권위 "정신의료기관 입원환자에 병실 청소 당번..인권침해"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정신의료기관 입원환자에게 병실 청소를 전가시킨 행위를 인권침해라고 판단했다.

20일 인권위에 따르면 지난해 6월부터 6개월 간 해당 정신의료기관에 입원 중이던 진정인은 입원환자들과 매일 당번을 정해 병실을 청소해야 했고, 이를 거부하자 환자들과 다툼이 생겨 원만한 병원생활이 어려웠다며 진정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병원 측은 "복도 등 공용공간 청소는 전담하는 별도의 직원이 있고, 개별 병실만 입원환자들이 자발적으로 당번을 정해 자신의 생활공간을 청소·관리하고 있다"며 "여기에는 어떠한 강제성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인권위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는 이 같은 병원 측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인권위는 "피진정병원의 운영 시스템과 오랜 관례에 따라 환자들의 병실 청소가 당연시되는 상황이었다"며 "청소를 원치 않거나 기존의 청소방식을 거부할 시에는 원만한 환우관계를 유지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할 때, 입원 환자들이 본인의 동의여부와 관계없이 청소 업무를 수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보인다"고 판단했다.

현행법상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정신건강증진시설의 장은 입원 등을 하거나 정신건강증진시설을 이용하는 정신질환자에게 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의 지시에 따른 치료 또는 재활의 목적이 아닌 노동을 강요해서는 안된다고 명시돼 있다.

이에 인권위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는 "해당 병원장이 별도의 청소직원을 채용하지 않고 장기간 입원환자들로만 병원 청결을 유지하는 것은 정신건강복지법 제69조 제3항을 위반한 노동 강요"라며 "헌법 제10조와 제12조에서 보장하는 행복추구권(일반적 행동자유권)과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해당 병원장과 관할 군수에게 각각 관행개선과 관내 정신의료기관에서 유사 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도·감독할 것을 권고했다.

gloriakim@fnnews.com 김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