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장애산악인 김홍빈 대장이 브로드피크(8047m급) 등정을 한 뒤 하산을 하던 중 실종된 가운데 20일 오전 광주 동구 '김홍빈의 희망만들기' 사무실 계단에 김 대장의 등반 모습이 담긴 사진들이 전시돼 있다. 사진은 2012년 7월31일 촬영된 케이2(8611m) 등반당시 모습. /사진=뉴시스
산은 인생사와 비슷하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번갈아 온다. 오를 땐 힘들다가도 정상에 설 때 희열은 느껴본 사람만이 안다. 히말라야 최고봉 에베레스트(8848m)는 산악인들에겐 성스러움 자체다. 에베레스트산은 티베트어로 초모랑마인데 '어떤 새도 넘을 수 없을 만큼 높다'는 뜻이다.
세계 최초로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른 이는 영국 탐험가 에드먼드 힐러리경(1919~2008)이다. 이보다 먼저 에베레스트 정상에 도전한 사람은 영국 산악인 조지 허버트 리 멜러리(1886~1924)다. 멜러리는 기자가 '왜 에베레스트에 오르려 하느냐'고 묻자 "산이 거기에 있으니까"라는 명언을 남겼다.
산악인에게 에베레스트·K2·칸첸중가 등 8000m급 봉우리 14좌 완등은 최고의 영예다. 한국 산악계의 전설인 고 박영석 대장이 한국인 최초로 14좌 완등에 성공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2011년 안나푸르나 등반 도중 실종됐다. 한국인 최초로 1977년 에베레스트에 오른 고상돈은 1978년 알래스카 매킨리를 등정한 뒤 하산길에 목숨을 잃었다.
중증장애인 산악인 김홍빈 대장(57)이 지난 18일 장애인으로는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14좌 완등에 성공했다. 하지만 하산 도중 실종되는 안타까운 일이 일어났다. 뼛속까지 산악인인 그는 1991년 북미 최고봉 매킨리를 단독 등반하다가 조난당해 동상으로 열손가락을 다 잃었다. 이후 좌절의 시간을 보내다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는 용기에 다시 등산화 끈을 질끈 동여맸다. 손가락이 없어 힘을 못 주는 대신 하체 힘을 길렀다.
김 대장은 불굴의 의지로 2009년 7대륙 최고봉을 13년 만에 다 올랐다. 그는 이번에 마지막 14좌 완등 성공 후 '코로나19로 지친 국민에게 위로가 되고 싶다'는 메시지를 남겨 국민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세계 최초 14좌 완등자인 라인홀트 메스너(이탈리아)는 "등산의 진정한 예술은 살아남는 것"이라고 말했다. 메스너의 말이 가슴을 때린다. 김 대장의 실종이 생각할수록 안타깝다.
haeneni@fnnews.com 정인홍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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