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현지시간) 대홍수로 독일 라인란트팔츠주 코르델 지방 기차역이 물에 잠겨 있다. 이번 대홍수로 독일과 벨기에 등에서는 200명 가까이 사망자가 나왔으나, 국경을 맞댄 네덜란드에서는 2ㅇ일 현재까지 단 한 명의 희생자도 나오지 않았다. /사진=뉴시스
서유럽의 네덜란드는 '풍차의 나라'로 알려져 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한국의 4강 신화를 이끈 거스 히딩크 감독의 조국으로 우리에게도 친숙하다. 국토의 약 25%가 해수면보다 낮은 나라이기도 하다. 네덜란드말로 '낮은(Neder) 땅(Land)'이라는 뜻의 국호도 여기서 유래했다.
지난 14~15일 '100년 만의 폭우'가 서유럽을 강타했다. 평소 한 달간 내릴 비가 하루 사이 라인강 유역의 독일과 '베네룩스(벨기에·네덜란드·룩셈부르크) 3국'에 쏟아졌다. 그러나 수마가 할퀴고 간 나라 간에도 희비는 엇갈렸다. 독일·벨기에에서는 200명 가까이 목숨을 잃었다. 특히 160여명이 죽고, 1000여명이 실종된 독일은 초상집 분위기다. 하지만 네덜란드에선 20일 현재까지 단 한 명의 희생자도 나오지 않았다.
19일 미국 CNN은 네덜란드의 치수(治水) 대응이 기후변화로 인한 홍수 대비와 관련해 전 세계에 청사진을 제시한다고 논평했다. 하지만 '낮은 땅의 기적'이 거저 일어난 게 아니었다. 네덜란드 인구의 60%는 늘 홍수 위험에 노출돼 있는 만큼 유비무환의 자세도 절실했다. 특히 1953년 대홍수로 1835명이 숨지는 참사를 겪은 이후 세계 최고 수준의 치수역량을 확보했다. 1997년까지 약 17조8000억원을 투입해 대대적으로 제방과 댐을 건설하는 국책사업인 '델타 프로그램'을 통해서다.
반면 이번에 엄청난 인명·재산 손실을 입은 독일에선 정치적 갈등이 번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홍수 및 가뭄조절용으로 만든 4대강의 보를 철거하자는 일부 환경지상주의자들과 존속을 바라는 유역 농민들이 몇 년째 갈등을 빚고 있다. 하지만 독일과 네덜란드에서 빚어진 희비 쌍곡선의 속내를 제대로 들여다본다면 후자의 손을 들어줄 듯싶다.
"이런 홍수가 2050년쯤 닥칠 것으로 예상했지만 더 빨리 왔다"는 네덜란드 정부 당국자의 안도 어린 언급이 남의 말처럼 들리지 않는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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