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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故권대희 사망사건 의료진에 중형 구형..유족 "엽기 관행 멈춰야"

검찰, 살인·상해치사죄 적용 안 해... "고의 인정 안 돼"
유족 "처벌 없으면 면죄부..엽기적 수술에 경종 울려야"

檢, 故권대희 사망사건 의료진에 중형 구형..유족 "엽기 관행 멈춰야"
고 권대희 의료사고 사망사건 수술실 CCTV 영상. 사진= 권씨 유족 제공.
[파이낸셜뉴스] 강남 한복판 성형외과에서 ‘공장식 유령수술’을 해 고(故)권대희씨를 숨지게 한 사건의 장본인들에게 검찰이 중형을 구형했다. 살인 등으로 공소장 변경을 검토했지만 검찰은 끝내 ‘고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변경하지 않았다. 유족은 ‘엽기적인 수술’을 엄벌에 처해달라고 강조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8단독(최창훈 부장판사) 심리로 22일 열린 성형외과 원장 장모씨의 의료법 위반 등 사건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범행의 주도적 역할을 한 장씨에게 징역 최고형인 7년6월과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외에도 검찰은 마취의 이모씨에게 징역 6년, 그림자의사 신모씨에게 징역 4년, 간호조무사 전모씨에게 징역 2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피고인들은 마치 컨베이어 벨트에서 조립되는 제품처럼 피해자를 수술했고 (피해자는) 제대로 된 처치를 받지 못해 과다출혈로 사망했다”며 “인간의 존엄성을 우선시해야 할 의술 영역에서 효율성이 추구됐고 인간다움의 가치가 상실된 수술에 따라 피해자가 사망하는 참혹한 결과가 생겼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의 계기가 되는 등 국민들에게 마취수술의 공포 의심이 생겼다”며 “피고인들은 의사에게 기대되는 의무를 정면으로 위반했고 주의의무 위반 정도가 중대해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렀고, 더욱이 그 배경으로 영리를 추구하는 공장식 수술구조가 확인돼 의료 불신으로 이어졌다. 이런 비극적 사건이 반복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결심공판 전 권씨의 유족들이 언급한 살인죄와 상해치사죄의 공소장 변경 여부를 검토해 왔다. 검찰시민위원회를 열고 시민위원들의 의견을 수렴한 검찰은 공소장 변경을 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 검찰은 이날 “수술에 개탄하고 직무유기일 정도로 심각해 엄정 처벌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고의가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장씨는 최후진술에서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나”라며 “이 자리를 빌어 환자 어머님과 형님, 아버님에게 깊이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다른 피고인들도 권씨를 잘 보살피지 못했던 점 사죄한다며 최후진술을 마쳤다.

권씨의 형은 이날 재판에서 발언권을 얻었다. 권태훈씨는 “이번 재판에서 꼭 바로 잡아주길 바란다”며 “성형 수술의 잘못된 관행은 그 동안 누적 반복돼 왔지만 바뀌지 않았고, 동생을 죽음에 이르게 된 건 먼저 일어난 사고에 대해 제대로된 처벌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멀쩡한 청년을 수익극대화를 위해 공장식 수술을 하다 일어난 사고라는 점에 대해 동일하게 처벌한다면 잘못된 관행에 면죄부를 주는 것이다”라며 “어떤 사고가 생겼는지 알기 위해 병원에 갔지만 피고인들이 ‘진실을 밝히자’며 먼저 소송을 가자고 했다. 이 때문에 5년 간 고생 중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런데도 피고인들은 생업에 지장이 있으니 빨리 결심을 끝내달라고 하는데, 의사만 생업이 있는 게 아니다”라며 “이런 제반 사정을 감안해 법이 허락하는 최고형으로 다뤄줬으면 좋겠다. 엽기적인 수술 방식에 경종을 울릴 수 있도록 사법부의 판단을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장씨 등은 2016년 9월 근무하던 성형외과에서 권씨를 수술하며 과다출혈 상태에 놓인 권씨에게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고 간호조무사에게 지혈을 맡겨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다른 수술실에서 동시에 수술을 진행하고 있었던 탓에 권씨의 상태만 지켜보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간호조무사 전씨는 30여분 간 권씨를 홀로 지혈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상황이 악화된 권씨는 대학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숨졌다. 이 사건을 감정했던 기관은 권씨가 수술중 흘린 피가 3500cc에 달한다고 결론 내렸다. 이는 70kg 성인남성 전체 혈액의 60%를 넘어서는 수치다.

jihwan@fnnews.com 김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