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

"아이들 매일 오가는 길목에 흡연부스라니.." 간접흡연 피해 우려

서울 여의도 소재 운영 앞둔 흡연부스
매일 어린이 200명 오가는 학원 건너편 위치
아이들 간접흡연 우려에 서명운동 계획
구청 "권익위 권고사안 검토 후 위치 조정 등 결정"


"아이들 매일 오가는 길목에 흡연부스라니.." 간접흡연 피해 우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 설치된 흡연부스가 매일 200여명의 어린이들이 등하원을 하는 학원 앞에 위치해 금연구역 지정 사각지대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22일 오후 어린이들이 학원을 나와 통학버스에 탑승하고 있다. /사진=김문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직장인 김모씨(39)는 최근 올해 5살 난 아이가 매일 다니는 영어학원 앞에 흡연부스가 설치된 것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김씨는 이달 초부터 흡연부스 설치 사실을 전해들은 해당 학원 학부모들과 함께 관할 구청에 지속적으로 민원을 제기했다. 그러나 구청 관계자는 '법적으로 문제될 것이 없다'는 일관된 입장을 내놨다. 200여명의 아이들이 매일 오가는 학원이라 사실상 아동·청소년시설에 해당하지만, 유치원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해 12월 학교·어린이집·청소년수련원 등 아동·청소년 이용시설의 금연구역을 확대하는 방안을 냈지만, 여전히 현장에서는 어린이들이 담배연기에 직간접적으로 노출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아동·청소년 시설 금연구역 100m 이내로 확대해야"
22일 권익위 등에 따르면 지난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국민신문고에 접수된 유치원·어린이집 간접흡연 피해 민원은 3763건에 달했다.

이들 민원 중에는 '아이 유치원 등하원 시 인근 운동시설에서 어른들이 담배를 피워 간접흡연 피해가 심해 금연구역으로 지정해달라' '어린이집 앞 20m 떨어진 곳에 편의점이 있어 이곳에서 흡연하는 시민들로 인해 피해를 입고 있어 법정 10m인 금연구역을 확대해달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권익위는 당초 아동·청소년 이용시설 반경 10m이던 금연구역을 30m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아동·청소년 간접흡연 피해방지 방안'을 내고 보건복지부와 교육부 등에 제도 개선을 권고했다.

"아이들 매일 오가는 길목에 흡연부스라니.." 간접흡연 피해 우려
금연구역 표시판. /사진=뉴스1

"학원이란 이유로 어린이 보건 외면해"
그러나 영아·초등학생 대상 영어학원, 이른바 영어유치원은 현행법상 유치원 또는 어린이집 등으로 분류되지 않아 법의 사각지대에 놓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 여의도 소재 A영어학원의 경우 5세부터 초등학생까지 이용하는 어린이의 수가 200여명이다. 학원 측과 원생 학부모들은 아이들의 간접흡연에 대한 우려를 표하며 영등포구청에 흡연부스 위치 조정을 요청했다.

그러나 구청 관계자는 "사전답사 후 주변 협조를 구해 설치한 것"이라며 "현행법상 금연구역은 10m거리 제한으로 아무 문제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학원 관계자는 "사실 말이 10m일뿐 흡연부스 밖에서 담배를 피우시는 분들도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아이들이 담배연기에 대한 직접적으로 노출될까 너무 걱정된다"며 "학원이라는 이유로 아이들의 보건을 외면하는 행정에 너무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흡연부스 위치 조정 등 관련해 학부모들의 서명을 받아 구청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채현일 영등포구청장은 "여의도의 경우 회사들이 모여있어 흡연 관련 민원에 대해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며 "이른바 '너구리굴'로 불리던 거리도 사유지임에도 설득 끝에 흡연부스를 설치하는 성과도 낸 만큼 현장파악을 통해 확인해보겠다"고 말했다.

gloriakim@fnnews.com 김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