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자도 4종 보호복 의무 착용
서울시, 코로나 대응 지침 내려
구급대원에 방역책임 전가 비난
시 "현장 어려움 감안 변경 검토"
지난 2월 경기 성남 분당구의 한 요양병원에서 방역복을 입은 구급대원들이 환자를 구급차로 옮기고 있다. 뉴스1
서울시가 일선 소방서에 구급 상황에서 보호자의 4종 보호복 착용 의무화 지침을 내려 논란이 일고있다. 단 몇 초 차이로 생사가 갈릴 수 있는 '골든 타임' 확보가 중요한 상황에서 자칫 비현실적인 방역대책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장의 일부 소방대원들은 서울시가 방역 책임을 일선 소방당국에 전가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보호복 입다가 '골든타임' 놓칠라
22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난 9일 자치구 소방서에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현장대응원칙 재강조' 지침을 보냈다.
해당 지침에서 서울시는 구급대 환자가 발생시 '보호자 미탑승이 원칙이나, 부득이하게 탑승한 경우 4종 보호복 착용'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개인보호복 4종에는 마스크, 보안경, 글러브, 비닐가운 등이 포함된다.
서울시는 "최근 코로나 델타 변이바이러스로 인한 확진자 급증으로 방역관리 중심의 소방서비스 제공 필요성이 재강조된다"며 "코로나 확산방지를 위한 재난현장에서 방역 관리 준수와 코로나 관련 시설에서 사고발생시 대응원칙을 숙지해 이행에 철저를 기해달라"고 밝혔다.
일선에서는 해당 방역 대책이 비현실적인 대책이라고 입을 모았다. 촌각을 다투는 응급상황에서 보호자에게 4종 보호복을 입힐 수 없다는 것이다.
혹여나 보호자가 고령인 경우 비닐가운 등을 입는 데 걸리는 시간은 5분이 훌쩍 넘어가기도 한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한 구급대원은 "지침이 내려온 이후 4종 보호복 착용을 권해도 거부하는 보호자가 대다수"라면서 "보호자와 실랑이를 벌여 시간이 많이 할애된다"고 털어놨다.
서울시에서는 '보호자 미동반'이 원칙이라고 했지만 현장의 목소리는 다르다. 병원에서는 구급대원에게 보호자를 동반하라고 요구하기 일쑤다. 특히 치매, 조현병, 미성년자, 중증환자 등 환자가 스스로 판단을 내리기 어려운 경우 보호자가 없으면 자칫 의료행위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실제로 서울시에 위치한 한 종합병원에서는 다리통증이 심각한 미성년자에게 보호자가 없다는 이유로 당일 외래 진료를 권하기도 했다. 해당 보호자는 '미동반' 원칙에 따라 대중 교통을 타고 병원으로 이동 중이었다.
■서울시 "지침 변경 검토 중"
결과적으로 지침이 시행된지 1주일이 넘게 지났지만 현장에서는 벌써 해당 규정이 '사문화'된 상태다.
이날 오전 서울에 위치한 한 종합병원 응급실에는 보호자들이 4종 보호복을 착용하지 않은 채 구급차에서 내렸다. 이미 구급 대원들은 5종 보호복을 착용하고 있었다.
한 구급대원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응급차에서 단 한명의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았다"면서 "결과적으로 서울시에서 구급대원에서 책임을 전가하려고 한다"고 토로했다.
서울시에서는 소방청 지침에서 현실성을 감안해 완화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원래 소방청에서는 보호자가 5종 보호복을 입는 구급대원과 같은 복장을 착용해야 한다고 지침을 내렸다"며 "현실성이 떨어져 자문을 받고 4종 보호복으로 지침을 완화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실제 현장에서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어 향후 지침을 변경할 지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소방공무원노조 관계자는 "구급대원들은 응급 출동과 함게 온도 체크를 하는 등 방역에 최선을 다하는데 현장 상황을 모르는 지침"이라며 "오히려 보호복을 입히는 과정에서 골든타임을 놓칠뿐더러 오염의 위험도 도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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