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은 러시아 사하공화국 수도 야쿠츠크 등 시베리아 동부 전역이 한 달째 이어진 산불과 연기로 고통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림은 시베리아 산불의 원인을 규명한 포스텍 연구팀의 분석 자료. /사진=뉴시스
기후변화로 전 세계가 홍역을 앓고 있다. 얼마 전 100년 만의 대홍수로 독일과 벨기에에서 200여명이 숨졌다. 반면 열돔에 갇힌 북미 서부는 대가뭄까지 겹쳐 바짝 말라가고 있다. 그런가 하면 러시아 극동 시베리아는 한 달째 산불로 타들어가고 있다.
이 같은 기상이변은 지구온난화의 결과라는 게 정설이다. 구체적으로 지난 100년 동안 인류가 온실가스를 늘려 지구 평균온도를 약 0.8도 상승시킨 대가라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산업혁명 이후 과다 사용해온 석탄과 석유, 천연가스 등이 주범으로 꼽힌다. 그래서 지난 2015년 파리기후협약이 체결됐다. 지구 평균온도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에 비해 1.5도 이하로 제한하는 게 협약의 핵심 목표다.
물론 지구온난화의 과학적 증거가 부족하거나 위험성이 과장됐다고 보는 학자들도 있다. 17세기에도 소빙하기를 겪었듯 지구 온도는 수십억년 동안 오르락내리락해왔다는 게 회의론자들이 내세우는 근거의 일부다. 아예 지구온난화 허구론을 펴는 이들도 없지 않다. 파리협약 탈퇴를 선언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대표적이다.
어느 입장을 취하든 기상이변으로 인한 작금의 지구촌 참상을 누가 부인할 건가. 세계에서 가장 추운 곳인 시베리아 동부가 불타고 있을 지경이니 말이다. 러시아 사하공화국 수도 야쿠츠크와 인근 50개 마을 주민들은 산불 연기로 한 달째 눈물만 흘리고 있다고 한다.
영국 가디언은 이 소식을 전하면서 이 상황을 '에어포칼립스'라고 요약했다. 공기(air)와 종말(apocalypse)을 합친 신조어로, '공기 오염으로 인한 대재앙'을 뜻한다.
시베리아의 눈물이 장차 전 세계인의 고통으로 이어질 개연성이 크다니 문제는 더 심각하다.
화마로 이산화탄소를 흡수할 숲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만이 아니다. 산불의 열기가 '영구동토'에 저장된 엄청난 양의 탄소를 방출케 할 가능성도 커졌다. 더 늦기 전에 지구촌 전체가 합심해 탄소중립이란 대장정에 나설 때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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