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위반 정도 가볍지만 군사시설 손괴는 중하게 처벌"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제주 한 해군기지의 철조망을 절단하고 들어간 평화 활동가의 실형이 확정됐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군용시설손괴와 군용물등 범죄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송강호씨와 류복희씨 등 4명의 상고심에서 각각 징역 2년과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송씨는 지난해 3월 제주 서귀포시에 있는 해군제주기지전대의 외곽 경계 울타리를 절단기로 자른 뒤 철조망마저 자르고 침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송씨는 해군기지의 위병소를 찾아 ‘구럼비(해안의 용암 바위) 발파 8주년’이라는 이유로 방문을 신청했다. 폭파된 구럼비에서 기도를 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해군은 이를 불허했다. 기지 내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면서다. 이에 송씨 등은 철조망을 끊고 들어가 평화의 기도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과거 해군은 지난 2012년 3월 기지 건설을 위해 구럼비 해안 발파를 시작했다. 송씨 등은 오랫동안 해군기지 반대 운동을 벌여왔건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에게 구럼비 바위는 미사를 지내는 등 상징적인 장소로 전해졌다.
송씨 등은 재판과정에서 방법이 없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들은 “진입할 방법이 없어 철조망을 절한단 것”이라며 “해군기지는 불법으로 점철된 절차를 거쳐 건립된 것으로 강정마을 주민들과 제주도민들의 평화를 기도하려고 들어갔고, 부당한 국책사업에 대한 의식적 항의행위”라고 주장했다.
1심은 이들의 정당방위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회통념상 용인되는 행위가 아니라는 취지다. 1심 재판부는 "전 세계적 감염병 확산이 이뤄지던 시점에 방문 신청 불허가 납득하지 못할 것이 아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르기에 이르렀다"며 송씨에게 징역 2년을, 류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2심도 1심 판단을 유지했다. 2심 재판부는 “송씨 등이 해군기지 안에 들어가 기도와 묵상을 하다 발각돼 별다른 저항없이 나가는 등 위반 정도가 중하지 않다”며 “하지만 군용시설침입은 군형법 등에서 일반적 침입죄와 달리 중하게 처벌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원심의 판단이 잘못됐다고 볼 수 없고 사정변경도 보이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jihwan@fnnews.com 김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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