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중국 베이징의 한 고등학교에서 지난해 4월 27일 학생들이 수업을 마치고 마스크를 쓴채 하교하고 있다. 중국은 교육불평등 해소를 위해 보습학원 업체들에 대한 강도 높은 규제를 비롯한 과외규제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뉴스1
중국 정부가 과외열풍을 막기 위해 칼을 빼들면서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된 중국 보습학원 업체들의 주가가 23일(이하 현지시간) 대폭락했다.
중국 규제당국이 과외열풍이 교육 불평등을 낳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보습학원 업체들의 기업공개(IPO)를 막고, 이들이 과외를 통해서 이윤도 챙길 수 없도록 하는 초강경 조처를 구상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데 따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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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 초강경 과외금지 착수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이날 중국 3대 보습학원 주가는 반토막이 났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 19일자로 돼 있는 중국 규제당국의 메모에서 과외를 담당하는 보습학원들이 비영리단체로 등록토록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메모에 따르면 또 지역 당국은 신규 학원 설립인가도 할 수 없다.
보습학원들은 재투자를 위해 IPO를 통해 자본을 확보하는 것도 금지된다. 아울러 상장사들이 학원사업에 투자하기 위해 주식을 발행해(증자) 자본을 주식시장에 끌어모으는 것도 불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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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상장 중 학원들 주가 반토막
탈 에듀케이션, 가오투(이전 GSX), 뉴오리엔털에듀케이션 등 NYSE에 상장돼 있는 중국 3대 보습학원 주가는 보도가 나온 뒤 대폭락했다.
CNBC에 따르면 탈 주가는 70.76% 폭락한 6.00달러, 가오투는 63.26% 폭락한 3.52달러를 기록했고, 뉴오리엔털은 54.22% 급락한 2.93달러로 주저앉았다.
전날만 해도 이들 3개 업체 시가총액 합계는 260억달러가 넘었지만 지금은 100억달러에도 못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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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의 '대치동' 상위권 휩쓸어
중국의 과외·보습학원 산업은 최근 수년간 눈부신 성장을 했다. 학원을 다니고, 과외를 받은 학생들의 명문대 진학이 압도적으로 높았기 때문이다.
중국의 '강남 대치동' 격인 학원 밀집 지역 하이디안구의 경우 지난해 대학입학자격 시험에서 탁월한 성적을 냈다.
베이징 최고득점자 80명 가운데 70%가 넘는 57명이 하이디안구에서 나왔다.
하이디안구 응시자 수가 베이징 전체 응시자 수의 25%에도 못미침에도 불구하고 상위권을 휩쓸었다.
하이디안구에 거주하는 한 화이트컬러 직장인 부모는 "좋은 교육이 계층 사라리를 올라가는 최선의 방법"이라면서 "아이의 미래를 위해 투자하는 것을 조금도 주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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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교육불평등 우려
그러나 이같은 과외붐은 중국 당국에 근심거리가 됐다.
학생들은 상당한 학업부담을 지고, 부모들은 부모들대로 과외비를 부담하느라 등골이 빠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막대한 경제적 부담이 드는 과외가 소득 격차에 따른 교육 불평등을 부르고, 이때문에 사회불안도 높아진다는 점을 당국이 우려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베이징의 돌핀싱크탱크 창업자인 리청둥은 "정부가 이 부문을 죽이기로 결정했다"면서 "교육불평등부터 저출산율에 이르기까지 너무도 많은 문제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라고 정부 대응의 배경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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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산업 상장, 연쇄 충격 불가피
중국 당국이 보습학원 산업에 철퇴를 가할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미국이나 홍콩증시 상장을 추진 중인 온라인 교육업체 위안푸다오와 주오예방(Zuoyebang) 상장도 사실상 물 건너 간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의 한 사모펀드 파트너는 "이들 업체의 IPO 가능성은 이제 제로가 됐다"고 말했다. 이 사모펀드 관계자는 중국 증권당국과도 끈이 닿아 있다고 FT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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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과외 금지도 추진
한편 외국인들의 과외도 엄격히 금지될 전망이다.
중국 중앙선전부의 한 전직 관리는 외국인들의 개인 과외가 이념 문제를 일으킨다는 판단을 당국이 하고 있다면서 "이 부문에 대한 통제권을 다시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은 지난해 11월 핀텍업체 앤트그룹 홍콩 상장을 돌연 중단시키면서 기술 업체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기 시작해 독과점 문제부터 최근에는 데이터보안으로 규제를 넓혀왔다.
이번에는 과외시장에 철퇴가 가해지고 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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