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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살 아들과 30년째 생이별.. 버렸다고 생각할까 맘아파” [잃어버린 가족찾기]

1991년 실종된 최민석씨
광주 북구 임동 자택 근처서
자전거 타고 놀던 중 사라져
이마 왼쪽에 흉터 남아 있을듯

“세살 아들과 30년째 생이별.. 버렸다고 생각할까 맘아파” [잃어버린 가족찾기]
“세살 아들과 30년째 생이별.. 버렸다고 생각할까 맘아파” [잃어버린 가족찾기]

그날도 평온한 일요일 오후였다. 어머니 윤경순씨(64)는 두 아들이 좋아하는 따끈한 잡채를 점심에 내었고, 가족들은 즐겁게 식사를 했다. 한창 뛰어놀기 좋아할 나이인 9살 큰아들은 점심을 먹자마자 친구들을 따라 집 밖으로 나섰다. 둘째 아들 최민석군(34·실종 당시 만 3세·오른쪽 사진은 현재 추정 모습)도 이내 형을 따라 세발 자전거를 타고 집 앞 골목으로 나섰다. 어머니는 3월의 끝자락 찬 기운이 여전히 도는 날씨가 염려돼 감기 기운이 있던 민석군에게 내복바지를 입혔다. 민석군은 어머니가 입혀준 하늘색 점퍼, 내복바지에 끈이 없는 갈색 운동화를 신고 형을 따라나섰다. 어머니 윤씨가 민석군을 기억하는 마지막 모습이다.

26일 경찰청과 실종아동전문센터 등에 따르면 민석군은 지난 1991년 3월 24일 광주광역시 북구 임동 자택 근처에서 세발 자전거를 타고 놀다 갑자기 실종됐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식을 영문도 모른 채 30년 동안 생이별하게 된 어머니 윤씨는 중간중간 울먹임을 삼키며 힘겹게 당시를 떠올렸다. "일요일이어서 밖에서 형과 같이 노는 줄 알았는데, 찾아보니 아이도 자전거도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윤씨는 "민석이는 조심성이 많은 아이였다. 걷다가 차가 다가오면 '엄마, 차 차'하며 나를 잡아 끌었다"며 "그렇게 조심성 많은 아이가 갑자기 사라졌다니 너무 황당했다"고 말했다.

당시 큰아들도 동생의 실종에 큰 충격을 받았다. 너무 놀란 나머지 경찰 수사 초반에는 아무런 기억을 하지 못하다 수사가 마무리 될 즈음 "골목에서 '쥐색 차량'을 봤다"고 떠올렸다. 오전에는 없었던 '쥐색 차량'이 오후에 주차된 것을 큰아들이 목격했던 것이다. 윤씨는 '쥐색 차량'이 민석군의 실종과 연관이 있을 거라 생각해 수소문해봤지만 이웃들도 "생전 못 보던 차"라고 했다.

윤씨는 "당시에는 CCTV도 없던 시대라 주변 사람들의 증언이나 목격자가 없으면 확인할 길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민석군의 이마 왼쪽에는 흉터가 있다. 집 안 가구를 잡고 걷던 2~3살 무렵 서랍 모서리에 찍혀서 생긴 흉터다. 윤씨는 "민석이에게 쌍꺼풀이 있는데, 우리 부부를 닮았다면 지금쯤 속쌍꺼풀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윤씨는 혹시라도 아이가 '자신이 버려졌다'고 기억할지 모른다며 재차 걱정했다. 그는 "내가 못 먹고, 못 써도 내가 키우지, 자식을 어떻게 버리냐. 난 절대 버리지 않았다"며 "민석이를 찾으려고 벽보도 붙이고 유세차량도 빌려 다녀보고 별짓을 다 했다"고 강조했다.

윤씨는 "내가 눈감기 전에 제발 연락이 닿아 꼭 봤으면 좋겠다"며 "가족들이 애타게 찾고 있는 이 심정이 꼭 전해지길 바란다"고 희망했다.

gloriakim@fnnews.com 김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