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딸, 성폭행 당하면서도 '가정 안정' 걱정
[파이낸셜뉴스] “경제적 지원을 끊겠다”며 의붓딸을 수차례 성폭행한 40대 계부가 항소심에서도 중형을 선고받았다. 이 계부는 ‘안정적 가정’을 바라는 딸의 심리를 이용해 간음 등 범죄를 7년 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8부(배형원·강상욱·배상원 부장판사)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13세 미만 미성년자 위계 등 간음) 혐의로 기소된 A씨(47)에게 1심과 같은 징역 17년을 선고했다. 또 보호관찰 3년과 주거지제한, 피해자 가족 접근금지,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도 명령했다.
재판부는 “A씨는 의붓딸인 피해자를 상대로 초등학교 5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일 때까지 7년이 넘는 시간 동안 지속적으로 성폭력 범죄를 저질러 왔다”며 “피해자는 아버지의 행동에 놀라 바로 도움을 요청하지 못했고 가족들에게도 알리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자는 피해 사실을 털어놓은 이후에도 아버지의 중한 처벌을 걱정하는 말까지 했다”며 “안정적인 가정을 절실히 바라며 범행을 감당했던 피해자의 고통을 생각하면 A씨의 죄는 무게를 가늠하지 못할 정도로 무겁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정신적인 충격과 고통을 해소하는 데 긴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A씨는 2013년 5~7월 11세에 불과한 의붓딸 B양을 위력으로 간음하고 강제추행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2018년 9월에도 간음하고, 지난해 5~6월과 9월 잠자던 B양을 2회에 걸쳐 또 간음한 혐의도 있다.
이외에도 의붓아들을 야구방망이 등으로 때리거나 목을 눌러 기절시키는 등 폭행한 혐의도 받고 있다.
앞서 1심은 A씨에게 징역 17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와 가족들의 정신적 고통과 더불어 “성관계를 거부할 경우 경제적인 지원을 끊을 것처럼 해 B씨로 하여금 A씨의 요구를 거부할 수 없도록 만든 것이 인정된다”고 지적했다.
jihwan@fnnews.com 김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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