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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 없이 폐 절제한 의사 패소 확정... 대법 "주의·설명의무 위반"

의사와 학교법인, 환자에게 11억 배상해야

동의 없이 폐 절제한 의사 패소 확정... 대법 "주의·설명의무 위반"
[파이낸셜뉴스] 환자에게 동의를 구하는 등의 절차 없이 폐 부위를 추가로 절제한 의사와 소속 병원이 결국 패소했다. 대법원은 주의의무와 설명의무를 위반한 의사의 책임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A씨가 B학교법인과 의사 C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B법인과 C씨는 A씨에게 11억500여만원을 지급해야 한다.

폐질환 증세가 있던 A씨는 지난 2016년 6월 B법인 소속 병원에서 폐 조직검사를 받기 위해 입원했다. C씨는 A씨를 마취한 뒤 흉부를 작게 잘라 우측 폐 일부를 절제한 뒤 냉동생검변리판독을 맡겼다. 그 결과 ‘악성 종양 세포가 없는 염증’ 소견을 얻어 냈다. 절제 과정에서 염증성 물질도 발견됐다.

이후 C씨는 이 부위만으로는 폐질환 원인을 제대로 찾지 못할 가능성과 폐절제 부위에 대한 치유가 원활히 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폐의 우측 상단인 우상엽을 절제하는 수술을 진행했다. 앞선 판독 결과는 ‘결핵’이었고, 우상엽 절제술을 통한 판독 결과도 ‘결핵’으로 동일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A씨는 지난 2018년 C씨의 판단에 문제가 있다며 소송을 냈다. 자신의 동의 없이 추가 수술을 진행한 데다 최종 판독결과를 기다려 볼 필요가 있었으며 반드시 우상엽 전체를 절제해야 하는 급박한 사정도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또 육안적 소견만으로 광범위한 절제술을 시행하는 건 적합하지 않다고 주장하며 20여억원을 배상하라고 했다.

1심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1심 재판부는 “수술 동의서 작성 당시 절제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등 우상엽 전부를 절제하는 것이었다면 A씨는 동의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C씨는 주의·설명의무를 위반한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수술 경위와 목적 등을 근거로 손해액을 제한해 14억4000여만원을 B법인과 C씨가 공동으로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심은 C씨 등의 책임을 1심보다 더 제한했다. 2심 재판부는 A씨가 만 60세 정년 이후부터 월 3000만원의 소득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A씨가 정년 이후 보다 줄어든 금여와 상여금을 받을 수 있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A씨의 일실수입(사고가 없었을 경우 받게 될 장래소득)을 10억5000여만원으로 인정해 11억여원을 지급하라고 했다.

대법원도 하급심이 옳다고 봤다. 대법원은 “C씨가 A씨의 동의 없이 우측 폐상엽 전체를 제거하는 수술을 시행한 것은 의사에게 요구되는 의료행위상 주의의무와 설명의무를 위반한 것에 해당하다”고 밝혔다. 손해배상액 책임에 대해서도 불합리한 점이 없다고 판단했다.

jihwan@fnnews.com 김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