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제1야당 겐바 의원(후쿠시마 지역구)
노다 내각 당시 외무상 지내
부흥올림픽 사라지고
올림픽서 후쿠시마산 안전성 문제만 거론되니
"IOC에 항의해 달라" 주장
지난 27일 일본 도쿄 아쿠아틱스센터에서 열린 올림픽 여자 평영 100m 결승에서 금메달을 딴 미국의 리디아 자코비 선수가 꽃다발을 들고 있다. 로이터 뉴스1
【도쿄=조은효 특파원】 "후쿠시마산 꽃다발까지 문제삼는다면..."
최근 한국에서 도쿄올림픽 선수촌 식당에 후쿠시마산 식자재가 공급되는 것에 우려가 확산된 가운데 시상대 메달리스트에게 주어지는 일명 후쿠시마산 꽃다발에 대해서도 안전성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자, 일본 제1야당의 국회의원이 "이를 그대로 두면, 풍평피해(잘못된 소문으로 인한 피해)가 확대될 것이다. IOC에 항의하고 엄중주의를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야당 인사는 과거 노다 요시히코 내각 당시 외무상(2011년 9월~2012년 12월)을 지낸 후쿠시마 지역구 의원인 겐바 고이치로 입헌민주당 중의원이다. 한류 팬으로 알려졌으나 과거 2012년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했을 때엔 독도 문제에 항의한다는 표시로, 소중히 여기던 걸그룹 카라의 음반을 버린 것으로 유명하다.
겐바 고이치로 입헌민주당 의원. 의원 홈페이지 캡쳐.
29일 아사히신문과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겐바 의원은 전날 중의원 내각위원회 폐회 중 심사에서 꽃다발을 둘러싼 한국 내 일부 보도에 대해 "정성껏 만든 것"이라며 "모욕적"이라며 분노의 목소리를 냈다. 올림픽은 개막했지만 당초 일본 정부가 목표로 한 '부흥올림픽' 콘셉트는 살지 않고, 되레 후쿠시마산 농작물 안전성 문제가 올림픽 무대에서 되레 부각되니 불편한 감정을 그대로 노출한 것이다. 보다 솔직하게는, 올림픽 직후 국회의원(중의원)선거를 앞두고 있어 지역구 의원으로서 민심을 전할 필요가 있다고 느낀 것으로 보인다.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시상대에서 메달과 함께 축하의 꽃다발을 주고 있다. 후쿠시마현(꽃도라지), 미야기현(해바라기), 이와테현(용담)등으로 만들어졌다.
겐바 의원은 이 자리에서 "한국이 감정에 우선한다거나 과학적 합리적 사고를 잘 못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 이대로 두면 (후쿠시마산에 대한)풍문 피해는 확산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선수촌에서 외국 선수들에게 후쿠시마산 식재료를 홍보, 선수들의 반응을 보는 등의 대응 방안을 일본 정부에 주문했다. 사카이 마나부 관방 부(副)장관은 "정부도 지금까지 이상으로 할 수 있는 것을 생각하면서 해야 한다고 본다"고 답했다.
현재 도쿄올림픽 선수촌에는 동일본대지진 재해지인 후쿠시마, 미야기, 이와테 등 3개 지역을 포함해 총 47개 일본 광역지역에서 생산된 식자재로 만들어진 식사가 매일 제공되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 한국 선수단을 비롯한 한국 내 일반 여론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은 바 있다.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후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후쿠시마산 농산물, 수산물에 대해 수입을 금지하는 국가가 많다. 미국 역시, 사고 지역 부근에서 생산되는 농수산물의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수산물의 경우 약 20개국이 현재도 수입하지 않고 있다.
일본 정부가 애초에 이를 무시하고, 올림픽을 후쿠시마산의 안전성을 입증하는 장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운 것 자체가 문제의 불씨를 만든 부분이 크다. 하지만 '부흥올림픽'의 분위기는 살지 않고, 한국 내에서 식자재에 이어 꽃다발까지 언급하는 목소리가 나오자, 이런 반응을 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사카이 부장관은 "걱정을 불식시킬 수 있도록 확실히 하겠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대응책은 보이지 않는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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