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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차 원인불명 화재로 옆차 피해..대법 “발화차 소유주가 배상“

노후차 원인불명 화재로 옆차 피해..대법 “발화차 소유주가 배상“


[파이낸셜뉴스] 주차한 노후차에서 원인불명의 화재가 발생, 자신의 차량에 불이 옮겨 붙어 피해를 봤다면 화재를 일으킨 차량 소유주와 보험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A씨가 B씨와 B씨의 보험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남부지법 민사항소부로 돌려보냈다고 1일 밝혔다.

소송은 2018년 3월 경기 화성시의 한 공터에 주차돼 있던 B씨의 5t 카고트럭 아래 부분에서 불꽃이 튀기며 발생한 화재가 발단이 됐다.

당시 불은 B씨 차량 옆에 세워져 있던 승용차와 그 옆에 세워져 있던 A씨의 고소작업차량(큰 바구니 형태인 탑승기를 타고 노동자가 위로 올라가 작업하는 차량)으로 번졌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발화지점 내 스타트모터 단자 및 외함이 전기적 발열에 의해 용융된 상태로서 기타 발화 관련 특이사항이 배제된다면, 이 부분에서의 절연 파괴에 따른 전기적 발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조사결과를 내놨다. 현장조사 사항에는 ‘A씨 차량 캡 부분 엔진 좌측에 장착된 스타트모터 주변이 상대적으로 심하게 수열 및 변색된 상태다. CCTV 영상에 의하면 B씨 차량 하부에서 수차례 번쩍임이 확인된다'는 내용이 담겼다.

화재로 인해 1억4000여만원의 수리비 상당 손해를 입은 A씨는 B씨가 가입한 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했다. 하지만 보험사 측은 2018년 5월 '국과수 감정서상 화재의 발화 원인 판명이 불가하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고 A씨는 보험사와 B씨가 연대해 1억 6000만원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다.

1심은 "B씨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 거절은 국과수의 조사결과 B씨 차량에셔 화재가 시작됐음을 명시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데도 발화 원인 판명 불가를 이유로 들어 배상금 지급을 지연하기 위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휴차로 인한 손해와 수리비 등 총 1억6000만원을 B씨와 보험사가 연대해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반면 2심은 "피고 차량 하부에서 시작된 화재로 사고가 발생했다는 사정 만으로 B씨가 자신의 차량에 대해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정도의 방호조치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보기 어렵고, 피고 차량의 설치·보존상의 하자가 있다고 할 수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우선 2001년 생산된 B씨 화물차의 2013년 누적 주행거리가 100만km를 넘은 사실에 주목했다.

그러면서 공작물 책임규정인 민법 758조의 입법 취지는 공작물의 위험성이 현실화해 손해가 발생한 경우, 공작물을 관리·소유하는 사람에게 배상책임을 부담시킴이 공평하다는 데 있다고 전제했다.
대법원은 또 공작물의 위험성이 클수록 그에 비례해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방호조치의 정도도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민법 758조는 '공작물 보존의 하자로 타인에게 손해를 끼칠 경우 공작물 점유자나 소유자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규정이다.

대법원은 이를 근거로 "국과수 감정관은 B씨 차량 스타트 모터 쪽에서 불이 나 주변으로 퍼진 흔적이 보이고, 배터리와 연결된 스타트 모터 단자 부분이 전기적 발열로 심하게 녹은 상태이며, 거기서 생긴 열과 불꽃은 주변의 가연성 물질에 불을 붙일 수 있으므로,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단자의 절연이 파괴돼 합선이 생겼던 것이 화재 원인이라는 의견을 밝혔다"며 "노후 차량의 전기장치 결함에 대한 별다른 방호조치가 없는 상태에서 그로 인한 위험이 현실화해 결국 화재를 일으켰다"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