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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기가 어디라고 엄마보다 먼저가니”…학폭 피해 母 가슴 울린 손편지

“일주일만 슬퍼하란 부탁 들어줄 수 없다”
“대신 너를 힘들게 했던 사람들 혼내줄게”

 “거기가 어디라고 엄마보다 먼저가니”…학폭 피해 母 가슴 울린 손편지
폭행 정황이 담긴 영상을 보면, 동급생들이 놀이하듯 폭력을 가했던 정황이 여실히 드러난다. A 군의 목을 조르고 쓰러트려 괴롭히는 모습 등이 담겨 있다. KBS 캡처


[파이낸셜뉴스] 아들아, 너를 품은 10개월은 정말 행복했어. 세상에 나고 보니 너만큼 빛나는 아이가 또 없더라. 17년하고도 6개월을 입히고 먹이고 키웠는데 거기가 어디라고 엄마보다 먼저 가니

네가 엄마한테 남긴 마지막 편지에서 그랬지. 일주일만 슬퍼하고 다음엔 웃고 다녀주라고. 엄마 웃는 게 좋다고. 엄마가 그 부탁은 들어줄 수가 없어. 네가 너무 그립거든

대신 너 힘들게 했던 사람들 전부 혼내줄게. 아들아 고통 없는 그곳에서 행복하렴. 다음에 우리 또 만나자. 그땐 엄마 곁에 오래 머물러줘

학교폭력으로 인해 아들을 떠나 보낸 모친의 애끊는 모정이 담긴 절절한 손편지 내용이다.

뒤늦게 아들의 사망 배경에 학교 폭력이 있었다는 사실을 안 아버지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글을 올리고, 어머니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아들에 대한 그리움이 담긴 손편지를 올렸다.

 “거기가 어디라고 엄마보다 먼저가니”…학폭 피해 母 가슴 울린 손편지

■유서 확인되면서 학폭 사건 전환
31일 광주 광산경찰서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달 29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날 오전 11시 19분쯤 광산구 어등산에서 A군이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경찰은 A군의 몸에 외상이 없고, 타살 정황이 없다고 보고 자살 사건으로 판단했다.

‘단순 자살’로 묻힐 뻔했던 사건은 A군이 남긴 유서가 확인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사망 전날 A군이 태블릿PC에 남긴 유서에서 학교 폭력이 의심되는 정황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A군은 ‘안녕’이라는 제목으로 시작하는 유서에서 ‘엄마 아빠 많이 놀라셨죠. 정말 죄송해요. 하지만 제가 계속 살아가면 엄마 아빠 힘만 빠지고, 저도 엄마 아빠 얼굴 보기가 힘들 것 같아요’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친구들 이름을 일일이 열거하며 ‘나 학교에서 맞고 다니던 거 X팔리고 서러웠는데 너희 덕분에 웃으면서 다닐 수 있었어. 너무너무 고마워’라고 적었다.

 “거기가 어디라고 엄마보다 먼저가니”…학폭 피해 母 가슴 울린 손편지

■학교폭력으로 생을 마감한 “아들 억울함 풀어주세요” 靑청원
A군 아버지도 지난 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학교 폭력으로 인해 생을 마감한 아들의 억울함을 풀어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아버지는 “6월 29일 화요일 환하게 웃는 표정으로 손을 흔들며 학교에 간다던 아들이 학교에 가지 않고 인근 산으로 가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며 “장례를 치르던 중 교실에서 폭행을 당하고 있는 아들의 모습이 담긴 영상을 제보받고 이유를 알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수년간의 학교 폭력을 견디지 못해 스스로 선택한 마지막 길이었다”고 덧붙였다.

아버지는 “아들이 매일 웃으며 저의 퇴근길을 반겨주었는데, 학교에서 친구들과 잘 지낸다고 항상 씩씩하게 말하던 녀석인데, 속으로 그 큰 고통을 혼자 참고 견디고 있었다는 것을 생각하니 아비로서 너무나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아버지는 이어 “지금부터 시작이라며 ‘학교 폭력을 가한 가해 학생들이 엄중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이) 저희가 지치지 않고 싸울 수 있도록 옆에서 함께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 글은 31일 12시 04분 현재 210,337명이 동의했다.

경찰은 31일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상해) 혐의로 A군이 다니던 고교 재학생 2명에 대해 구속했다. 이들은 고교 1학년 때부터 사망 전까지 A군을 상습적으로 때리고 상해를 입힌 혐의다.

964425@fnnews.com 김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