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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영 칼럼] 감시견 없애고 정권 호위견 키울 건가

與 위헌논란 속 언론규제법
다수 여론에 반해 밀어붙여
언론재갈법 오명 자초 말길

[구본영 칼럼] 감시견 없애고 정권 호위견 키울 건가
신문은 구독률이, 방송은 시청률이 하락하면서 '매체산업'은 오래전부터 사양길이다. 콘텐츠가 스마트폰 등 새로운 플랫폼으로 유통되면서다. 이를 만회하려고 선정적인 기사로 클릭 수 경쟁을 벌이느라 '저널리즘'으로서 신뢰도 스스로 갉아먹고 있다. 복합적 위기에 직면한 언론의 현주소다.

이는 어찌 보면 올드미디어들의 내재적 숙명이다. 일찍이 사우디아라비아 야마니 전 석유장관은 "석기시대가 돌이 부족해서 끝난 게 아니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필자가 몸담은 신문시장의 위기도 종이가 모자라서 빚어진 건 아니다. 인터넷 등 신기술 기반의 뉴미디어 시대에 효과적으로 적응하지 못한 게 위기의 본질이다.

이처럼 가뜩이나 열악한 미디어 환경을 더 옥죌 외생변수까지 돌출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야당은 물론 언론계·학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각종 언론규제법을 밀어붙이고 있어서다. 오보에 대해 최대 5배까지 징벌적 배상을 물릴 수 있게 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날벼락을 맞은 격인 신문방송편집인협회, 기자협회, 전국언론노조 등 현업 언론단체들은 "위헌적 언론 봉쇄 도구"라며 철회를 요구 중이다.

여당은 이에 아랑곳 않고 8월 국회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을 강행할 기세다. "가짜뉴스로 인한 국민 피해를 구제하기 위한 언론개혁의 첫걸음"(윤호중 원내대표)이라고 강변하면서다. 그러나 오보 피해는 현행 형법과 민법에 형사처벌과 배상 등 구제절차가 명시돼 있다. 그러니 이중처벌로 인해 위헌 소지가 거론된다. 국회 입법조사처와 문화체육관광부조차 "징벌적 손해배상은 세계적으로 전례가 없다"고 할 정도니….

그런데도 여권은 '옥상옥' 징벌적 배상규정을 '쟁송'이 아닌 '중재'가 취지인 언론중재법에 넣으려 한다. 더욱이 정정보도의 크기·분량·시간까지 정한 것도 편집권을 과하게 침해할 독소조항이다. 배상액을 실제 피해액이 아니라 언론사 전년도 매출액과 연동시킨 것과 함께 "정권 비판에 재갈을 물리려는 의도"가 읽히는 대목이다.

'미디어바우처법'도 여당의 '입법 독주' 레퍼토리의 하나다. '좋아요' 인기투표로 정부 광고를 나눠준다는 발상이지만 왠지 불길하다. 일종의 '언론 길들이기'로 의심되면서다. 친정권 언론과 비판 언론을 편 가르기 해 전자에 광고를 몰아줄 소지가 커서다. 현 정권 출범을 전후해 불거진 드루킹 댓글 조작이나 가상공간 '친문 양념부대'의 문자폭탄 세례를 떠올려 보면 이를 기우로만 보기도 어렵다.

여야 대선 예비주자들의 레이스가 시작됐다. 이 시점에 여권이 야당 시절엔 반대하거나 부정적이었던 규제법안들을 내놓으니 의구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재명·이낙연 후보 등 여권 주자들은 반기는 입장이지만, 야권 주자들은 "언론자유 완전박탈 악법"(윤석열 후보), "유사 전체주의의 길"(최재형 후보)이라는 등 총력 저지 태세다.

표현의 자유를 주창한 존 밀턴 이래 언론의 역할은 흔히 '감시견(watchdog)'에 비유됐다. 가장 센 권력인 정부의 폭주를 막아야 사회의 공동선을 지킬 수 있다는 취지다.
반면 정부의 일탈을 외려 비호하는 어용언론이 곧 '호위견(guard dog)'이다.

여권이 대선 감시견을 없애고 정권 호위견을 키우려 한다는 오해를 자초해선 곤란하다. 내놓은 법안들이 언론 '재갈법'이나 '길들이기법'이란 의심을 사고 있지 않나. 적어도 야당과 합의 없이 일방 처리할 생각은 버리기 바란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
kby777@fnnews.com 구본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