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총·전교조·민교협 등 교원단체
“제도 도입 미루자” 한 목소리
정부 정시확대 기조와 상충
입시 위주 과목 쏠림현상
도·농간 교육격차 심화 우려
24개 학교법인 헌법소원 청구
자사고·외고·국제고 폐지도 암초
전희영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이 지난달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고교학점제 연구·선도학교 의견조사 결과발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모습. 전교조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밀어붙이기식 고교학점제 연구·선도학교 확대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고교학점제에 대한 불신의 골이 커지고 있다. 교원단체를 중심으로 2025년 전면도입은 시기상조라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는 것. 교원단체들은 대입제도 개편, 교원역량 강화 및 자격제도 개편 등 등 고교학점제 시행전에 선결되야 하는 제도 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도입시점을 미뤄야한다는 주장이다.
■진보·보수 교원 단체 모두 반대
3일 교육계에 따르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은 지난 2일 전국 고교 교원 220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를 발표하면서 전면 도입을 2025년으로 못 박은 고교 학점제의 시기와 방법을 재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에는 전교조가 고교학점제 연구·선도학교 확대를 중단하고 고교학점제를 재검토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 교수연구자 협의회(민교협)도 지난달 "교육부는 한국형 고교학점제 시행을 강행하지 말고 현장 교사들의 목소리를 더 듣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교원단체들이 고교학점제 전면도입을 미루자는 목소리가 커진 셈이다.
고교학점제는 고교생이 진로와 적성에 따라 과목을 선택해 수업을 듣고 기준 학점(총 192학점)을 채우면 졸업하는 제도다. 이 제도는 여러 교육 선진국에서 실시하고 있는 제도라는 점에서 많은 교육관계자들이 도입을 요구했고, 2025년 전면도입하는 정부안이 완성된 상태다. 교원단체들이 고교학점제 도입 시점을 미루자고 주장하는 이유는 '준비가 덜 됐다'는 판단 때문이다.
고교학점제 추진을 위해서는 우선 자사고,·외고,·국제고 폐지 정책이 원활하게 이뤄져야 한다. 자사고·외고·국제고 25개교를 운영하는 학교법인 24곳은 지난해 5월 오는 2025년 자사고를 일반고로 일괄 전환하는 골자의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다. '공교육 정상화'라는 자사고 폐지 목적과 고교학점제는 궤를 같이 한다. 만일 헌법소원 결과가 자사고에 유리하게 나올 경우 고교학점제 도입 전부터 타격을 받게 된다.
고교학점제 도입시 도시와 농촌 학교간 격차를 해소할 방안도 현재는 전무하다. 지역과 학교 주변의 여건에 따라 과목개설 등의 여건이 달라질 것이라는 점에서 고교학점제가 명문학교 쏠림 현상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입제도 개편·평가제도 개편 필요
고교학점제는 수능보다는 학생부 전형 등 수시에 적합한 제도다. 문제는 정부가 2019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의 입시 비리 의혹에 '대입 공정성을 강화한다'는 명분으로 서울 주요 대학의 정시 비율을 40% 이상으로 높이는 등 정시 확대로 기조를 바꿨다.
정부는 이같은 고교학점제 도입을 2025년으로 확정해놓고 이와 맞물린 대입 제도 개편 방안을 고교학점제 시행 직전인 2024년에야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고교학점제라는 미완성 정책의 책임을 다음 정권으로 떠넘긴 모양새가 됐다.
학생들이 과목선택에서 대입에 유리한 과목으로 쏠림 현상이 생기고, 학교는 상위권 대학에 입학 하려는 학생과 그렇지않은 학생 간 트랙 시스템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교총 관계자는 "지금의 고교학점제 준비상황은 학교현장의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며 "철저한 준비 후에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 할 것"이라고 말했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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