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레티샤 제임스(왼쪽) 미국 뉴욕주 법무장관이 3일(현지시간) 김준 검사가 배석한 가운데 뉴욕주 법무부에서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 성희롱 혐의 수사결과에 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AP뉴시스
앤드루 쿠오모 미국 뉴욕 주지사가 자신의 비서를 포함해 여러 여성들을 성희롱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레티샤 제임스 뉴욕주 법무장관이 3일(이하 현지시간) 밝혔다.
CNN 등 외신에 따르면 제임스 법무장관은 쿠오모 주지사에 대한 성희롱 고발 사건들을 조사한 결과 그의 혐의가 입증됐다고 밝혔다.
제임스 장관은 쿠오모 주지사가 전현직 주 공무원들과 여러 민간인들을 추행했다고 확인했다. 뉴욕주 법무장관실은 이날 장문의 수사보고서를 공개했다.
제임스에 따르면 쿠오모는 "달갑지 않고, 동의되지 않은 접촉"을 했고, 성적인 '암시'를 하는 말들을 했다. 그는 쿠오모의 이같은 행동들로 인해 "여성들에게 적대적인 직장 환경"이 만들어졌다고 밝혔다.
쿠오모는 다수의 연방법, 뉴욕주법들을 위반했다고 제임스 장관은 지적했다.
쿠오모 주지사는 혐의를 곧바로 부인했다.
그는 이날 연설에서 "내가 직접 해명하고자 한다. 나는 그 누구도 부적절하게 접촉하거나 부적절한 성적 행동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뉴욕주 법무장관실의 수사보고서에 따르면 쿠오모는 비서실 직원들 뿐만 아니라 뉴욕주 경찰을 포함한 다른 뉴욕주 공무원, 그리고 일반 대중에게까지 추행 행각을 벌였다.
수사를 담당한 검사인 김준과 앤 클라크는 보고서에서 "아울러 주지사 비서실은 공포와 위협으로 가득차 있고, 동시에 다른 한 편으로는 주지사의 빈번한 추파, 성차별적 발언들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는 문화를 갖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어 "이같은 비서실 문화가 (주지사의) 성희롱이 일어나고 지속되도록 허용하는 조건을 만드는데 기여했다는 결론을 냈다"고 밝혔다.
김준 검사 등은 "이같은 문화는 또 비서실이 성희롱 주장에 대해 부적절하고, 불충분하게 대응토록 하는데도 영향을 미쳤다"고 덧붙였다.
클라크 검사는 성희롱을 고발한 여성 11명이 모두 신뢰할 만한 주장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그들의 진술이 입증됐다고 설명했다.
클라크에 따르면 고발인 가운데 한 명인 샬럿 베넷은 주지사와 있었던 일을 사람들에게 얘기하고, 실시간 문자로 알렸다. 또 쿠오모에게 부적절한 접촉을 당했다고 주장한 주경찰 사건은 다른 주경찰이 목격자였고, 이 주경찰은 검찰에서 같은 진술을 했다.
제임스는 수사관들이 179명을 면담 조사했고, 7만4000건의 증거물들을 검토했다면서 "나는 여성들을 믿는다. 이들 11명 여성들을 믿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그(쿠오모)의 부인은 신뢰성이 결여돼 있으며 수사과정에서 획득한 증거들과도 일치하지 않는다"고 못박았다.
수사 검사들은 보고서에서 쿠오모의 행동은 '불법'이라는 점을 반복했다.
다만 이들은 보고서 주석에서 코오모의 행위가 "형사기소할 만한 또는 기소돼야만 하는지는" 결론을 내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쿠오모 주지사 성희롱 혐의 수사는 주법무장관실이 쿠오모와 그의 이너서클에 대해 개시한 수사들 가운데 일부에 불과하다.
1월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초기 단게에서 쿠오모 주지사 정부가 요양원 사망을 어떻게 처리했는지를 수사해 사망자를 50% 적게 집계했음을 적발해냈다.
또 제임스 장관은 쿠오모가 자신의 자서 '미국의 위기: 코로나19 팬데믹으로부터 배우는 리더십 교훈'을 집필하고 출간하는 과정에서 공적 자원을 활용했는지도 수사 중이다.
뉴욕주 의회를 장악한 민주당은 같은 당 주지사의 성희롱 사건으로 대혼란을 겪고 있다.
뉴욕주 의회는 주지사에게 부여했던 코로나19 긴급대응을 위한 임시 비상대권 일부를 거둬들였고, 탄핵을 위한 조사에 착수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