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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소득 50% 선지급, 이면합의까지… 보험설계사 ‘1200%룰’ 있으나마나

‘시상 수수료’ 등 편법 적용
대형 GA 설계사 영입 경쟁
금융당국 보완책 마련 시급

올들어 보험시장에서 일부 법인보험대리점(GA)들이 '1200%룰'을 교묘하게 피해가는 수법으로 보험사 설계사를 고액에 영입하는 일이 불거지면서 금융당국의 1200%룰 시행이 유명무실해졌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당초 금융당국은 올해 보험료 인상과 불완전판매를 줄이기 위해 보험 설계사에 지급되는 모집수수료를 연간 '1200%'로 제한하는 규제를 도입했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도입한 1200%룰에는 GA 소속 설계사들에 대한 제재규정이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를 간파한 일부 GA들은 여전히 보험 설계사들에게 최대 1600%까지 수수료를 지급하면서 스카우트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형 GA들이 1200%룰을 편법으로 피해가면서 기존 보험사로부터 설계사를 영입하려는 시도가 증가하고 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1200%룰을 적용받고 있는 보험사 설계사들에게 GA가 보다 높은 선지급 수수료를 줄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워 GA로 소속 이동을 유도하는 사례가 최근 많아지고 있다"며 "특히 한 대형 GA는 보험사 설계사들을 대상으로 전년도 소득의 최대 50%를 선지급하겠다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세웠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전년도 소득이 5000만원이었다면 해당 GA로 옮기기만 해도 2500만원을 일시에 주겠다는 것.

금융당국이 당초 1200%룰을 제시한 것은 작성계약 유인을 차단하고 보험계약 승환, 철새·먹튀설계사 양산, 수수료 중심 영업 등 부당영업 관행을 개선해 소비자 권익을 제고하는 것이 취지였다.

하지만 GA에서는 시상 수수료 지급, 특정 보험사와 '이면 합의'로 2년차 수수료 선지급 등의 방식으로 지급한다고 알려져 있다.

시상 수수료 지급은 자체적인 특정 보험사 상품에 대해 최대 200%의 '추가 시상'을 지급하는 것이다. 설계사들이 받는 유지기간 비례 수수료 800%와 설계사 시상 300%를 받으면 1100%이지만 지점장이 추가로 200%를 더 시상해준다는 것이다.

이 같은 방식으로 일부 GA 소속 설계사들은 모집 첫 해에 수수료를 1600%까지도 지급받고 있다고 알려졌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강경한 태도에 규제 시행 초반 조심스럽던 분위기와는 달리 최근에는 일부 GA를 중심으로 점차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며 "이는 GA 소속 설계사들에 대한 제재규정이 명확하지 않아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따라서 보험사들은 일부 GA들이 제도적 허점 악용이 이어지면서 시장을 교란시킬 것을 우려하고 있다.

보험사에서 GA로 이동한 설계사들이 보험사 소속 당시 계약을 체결한 고객들에게 수수료를 목적으로 기존계약 해지하고 신계약 체결을 유도하는 부당 승환이 야기될 가능성 높기 때문이다.


이 피해는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 특히 '1200룰' 도입 취지에도 맞지 않다. 보험사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제도 도입 시 수수료 체계 개편 방안의 전반적인 정착 상황을 지속 모니터링하고 필요시 관련 제도를 지속 보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며 "이 같은 제도적 허점을 보완할 수 있는 금융당국 차원의 개선책을 조속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