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포괄임금제 악용 문제 방치하는 고용노동부 규탄 기자회견'
김강호 청년유니온 정책팀장(왼쪽), 서승욱 화섬식품노조 IT위원장, 신정웅 알바노조 위원장이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열린 포괄임금제 규제 촉구 노동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에서 포괄임금제 규제 촉구 피켓을 들고 있다.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시민단체들이 정부에 장시간 노동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된 포괄임금제 규제 지침을 즉각 발표하라고 촉구했다.
참여연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알바노조 등은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포괄임금제 악용 문제 방치하는 고용노동부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세계 최고 수준의 장시간 노동과 과로사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있다면 포괄임금제를 시급히 규제해야한다"며 "정부는 포괄임금제 규제 지침을 즉각 발표하라"고 촉구했다.
포괄임금제는 연장·야간·휴일노동을 비롯한 초과근무수당을 월급에 포함해 일괄지급하는 임금지급 방식이다.
특히 IT업계는 포괄임금제가 만연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섬식품노조 IT위원회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판교 IT·게임 노동자 노동환경 실태 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성남 판교지역 IT·게임업계 노동자 46.4%가 포괄임금제를 적용받고 있다고 응답했다.
서승욱 화섬식품노조 IT위원회 위원장은 "개발자들에게 야근과 밤샘 작업을 밥 먹듯 하고, '직원들을 갈아 마신다'는 말을 현장에서 익숙한 표현이 됐다"며 "장시간노동의 진짜 원인은 업계 특성이 아니며,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위험증가 부담이 없기에 기업들은 이 관행을 해결하려 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포괄임금제가 실제 일한 시간만큼 임금을 받지 못하는 공짜노동을 가능하게 하는 주범이라고 지적했다.
참여연대 등은 "노동시간을 제대로 측정하지 않으니 사실상 주52시간 상한제가 무력화되고, 노동시간과 관계없이 임금이 고정되니 장시간 노동이 일상화된다"며 "포괄임금제는 극히 제한적으로 쓰여야 하지만, 사업장 다수가 초과근로수당 비용을 줄이기 위해 편법으로 포괄임금제를 오남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는 국정과제이기도 한 포괄임금제 규제 지침 발표를 무려 4년째 반복해서 미루고 있다"며 "사업장에서 포괄임금제가 오남용되지 않도록 정부가 나서서 포괄임금제를 시급히 규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부는 포괄임금제 규제 지침 발표를 국정과제로 내세웠다. 2017년 8월 고용노동부는 포괄임금제 규제 가이드라인을 그해 10월까지 마련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수차례 포괄임금제 지침 발표를 언급했으나 지켜지지 않았다.
clean@fnnews.com 이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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