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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쿠푸의 배

[fn스트리트] 쿠푸의 배
이집트 기자 평원 대피라미드 앞 박물관에 전시돼 있던 '쿠푸의 배'가 지난 7일 거대한 특수차량에 실려 이집트 대박물관으로 옮겨지고 있다. /사진=뉴시스AP
코로나 팬데믹 시대엔 언감생심이지만 이집트 관광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곳이 기자 평원 피라미드군이다. 기자 평원에는 대피라미드, 카프레의 피라미드, 멘카우레의 피라미드 등 3대 피라미드와 대스핑크스가 있다. 이 중 발군은 쿠푸왕의 대피라미드다. 137m 높이로 1889년 프랑스 파리에 에펠탑(324m)이 지어지기 전까지만 해도 지구상에서 가장 높은 구조물이었다.

1954년 5월 쿠푸왕 피라미드 남쪽 모래를 걷어내던 고고학 발굴팀은 거대한 배를 발견했다. 길이 42m, 폭 5.9m, 무게 20t에 달하는 목선이었다. 대피라미드가 이집트 고왕국 제4왕조 2대 파라오 쿠푸를 위해 만들어진 것인 만큼 무려 4600년 전 건조된 셈이다. 쿠푸의 배, 일명 태양의 배(The Solar Boat)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사막 한가운데 파라오 무덤 옆에 왜 배를 묻었을까. 고고학자들의 답은 비슷하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삶과 죽음 사이엔 강이 흐른다'라는 공간의식을 갖고 있었다. 새로운 공간을 찾아가기 위한 도구로 배를 묻었다는 것이다. 고대 이집트 태양신 신화에 근거해 천상의 나일강, 즉 은하수를 항해하기 위해 '태양의 배'를 묻었다고도 한다.

쿠푸의 배는 수년간의 복원과 재건 작업을 마친 뒤 그동안 대피라미드 앞 박물관 안에 전시됐다. 박물관은 배 모양으로 건축해 주변과 조화를 꾀했다. 하지만 여러 피라미드, 스핑크스가 어우러진 기자 평원의 미관을 해치는 생뚱맞은 건축물이라는 지적도 많았다. 사막이 선박 보존엔 적합지 않다는 문제 제기도 있었다. 이에 따라 이집트 당국은 최근 쿠푸의 배를 완공을 앞둔 세계 최대 규모의 이집트 대박물관으로 옮겼다.


우주관광이 화두가 된 2021년. 쿠푸의 배는 묘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이 우주관광에 성공하고,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는 화성 이주까지 꿈꾼다. 저승이든 우주든 미지의 세계에서 새로운 공간을 확보하려는 인간의 꿈과 도전은 계속된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