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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 둘러보기]30년 순천만 보전 노력 세계유산 지정으로 꽃피다

순천만 갯벌, '한국의 갯벌'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

[남도 둘러보기]30년 순천만 보전 노력 세계유산 지정으로 꽃피다
순천만 갯벌

【파이낸셜뉴스 순천=황태종 기자】지난 7월 순천시에 낭보가 전해졌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순천만을 포함한 '한국의 갯벌'을 유네스코 세계유산 목록에 등재하기로 최종 결정한 것이다. 30만 순천시민이 함께 한 30년 순천만 보전 노력이 세계유산 지정이라는 영예로 이어졌기에 기쁨도 두 배가 됐다.

이번에 등재된 갯벌은 보성-순천갯벌, 신안갯벌, 고창갯벌, 서천갯벌 4개로 구성된 연속유산으로, △세계적으로 멸종 위기에 처한 22종을 포함한 2150종의 동식물군 등 높은 생물다양성 보유 △지구 생물다양성 보존을 위해 세계적으로 가장 중요한 서식지 중 하나 △멸종위기 철새의 기착지로서 '탁월한 보편적 가치(Outstanding Universal Value, OUV)'를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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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만 칠면초군락과 흑두루미

그 중 순천만 갯벌은 물새의 종다양성이 가장 높고 멸종위기 철새들이 가장 많이 월동하는 서식지이자 기착지이다. 이곳에서 관찰되는 조류는 세계적인 희귀조류 48종을 포함한 총 252종으로 연간 10만여 마리가 서식한다.

매년 겨울이면 흑두루미, 검은머리갈매기, 노랑부리저어새 등 다양한 물새들이 월동한다. 봄·가을에는 민물도요, 알락꼬리마도요 등 수많은 도요물떼새들이 시베리아-호주 간의 이동경로 상 중간기착지로 이용한다.

국내 도래하는 도요물떼새 종류가 60여종인데, 이 중 절반인 30여종이 순천만에서 관찰되고 있다. 지난해 환경부 겨울철새 동시센서스 결과에 따르면 순천만은 국내 200개 주요습지 중 멸종위기종 조류가 가장 많이 관찰된 곳이기도 하다.

■시민과 함께 한 30년 순천만 보전 역사
순천만이 이와 같은 서식 환경을 갖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순천시 관계자는 "하천 하구(순천만 상류)의 기수역과 염습지가 바다로 유입되는 오염원을 정화하는 필터 역할을 하며, 넓은 갈대밭과 갯벌, 주변의 농경지는 이들이 안심하고 월동할 수 있는 먹이터와 잠자리를 제공하고 있어 안정적인 서식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또 "무엇보다 이러한 서식환경을 보전하고 가꾸어낸 시민들의 노력과 이를 뒷받침한 행정의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강조했다.

순천시민들의 순천만 보존 노력은 지난 1990년대 동천 하류 정비사업으로 시작된 골재채취 반대운동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30여년간 순천시민들과 순천시는 순천만의 자연성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를 시기적으로 살펴보면 1990년~2000년도는 민관학 거버넌스 구축 시기다. 동천하류 정비계획으로 촉발된 개발과 보전의 첨예한 대립 속에서 시민들의 골재채취 반대운동이 일어났다. '동천 하류 생태계 토론회', '갯벌 등 습지 보존 세미나' 등이 시민단체 주도로 개최됐다. 그 결과 처음으로 '순천만 생태조사'가 실시됐으며 학계 전문가, 언론인, 시민사회, 국제기구는 순천만의 생태적 가치를 세상에 알렸다.

결국 골재채취 등 개발 허가는 취소됐고 습지보호지역 지정을 위한 민관학 거버넌스가 구축됐다. 시민들은 순천만 생태계를 지키기 위해 민간주도의 '순천만 갈대제'를 개최했다.

2001년~2010년도는 순천만을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하고 국내 대표적인 생태관광지로 육성한 시기다. 순천만은 2003년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됐고, 순천시는 2004년부터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 파트너십(EAAFP)에 가입, 파트너십에 가입된 정부와 연구기관, NGO단체, 지역주민 등과 함께 철새이동경로 연구와 모니터링 활동, 서식지에 대한 지식 구축과 정보 교환 등 실시했다. 2006년에는 국내 연안습지 최초로 람사르협약에 등록됐다. 2009년부터 순천만 주변의 오리농장과 음식점 등 환경오염시설을 철거했고, 주변 농경지의 전봇대 282개와 전선을 제거해 철새들이 마음껏 날아다닐 수 있게 했다. 또 동천 둔지 등 8곳 38만㎡ 내륙 습지, 갯벌 11만㎡의 훼손지역을 복원해 서식지를 확장했다. 주민들은 흑두루미 영농단을 조직해 59ha에 이르는 친환경 경관농업을 시작했다.

이에 힘입어 순천만은 세계적인 흑두루미 월동지로 성장했고, 흑두루미 등 철새가 늘자 2010년 한해 300만명의 탐방객이 찾는 등 국내 대표적인 생태관광지로 부상했다.

2011년~2021년도는 법적 보호틀을 마련하고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시기다. 순천시는 2013년 순천만으로의 도심 확장을 막기 위한 에코벨트로써 도심과 순천만 사이에 112만m²규모의 정원을 조성해 '201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를 개최했다.

2015년에는 순천만 주변 강 하구와 농경지 일원 5.394㎢를 습지보호지역으로 확대해 연안과 내륙을 연결한 법적 보호 틀을 완성했다. 또 '순천시 순천만습지 보전·관리 및 지원사업 등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순천만 생태관광 수익의 10%를 주민에게 환원했으며, 5년마다 순천만 습지관리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이러한 순천시의 습지 보전 노력은 2018년 순천시 전 지역이 유네스코생물권보존지역으로 지정돼 세계 최초로 람사르 습지 도시로 인증을 받았으며 2021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는 영예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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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만 짱뚱어와 방게

■등재 이후 순천시의 과제...유산 확대를 위한 마중물 역할 해야
순천시는 유네스코가 인정한 순천만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지켜나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 순천만갯벌 관리를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먼저 순천만의 통합적인 관리 체계 구축에 나선다. 순천시는 연속유산 관리 지자체 중 유일하게 '갯벌연구소'를 보유하고 있으며, 중국, 일본, 몽고, 베트남 등 동아시아 17개 국가의 습지 보전 등 람사르협약 이행업무를 담당하는 '동아시아람사르지역센터'가 위치해 있다. 시는 '갯벌연구소'의 연구·조사 기능을 대폭 강화하고 국내외 습지 연구자들의 다양한 연구 활동을 지원할 방침이다. 체계적인 시민 인식증진 프로그램을 운영해 시민과학 프로젝트의 허브조직으로 육성해 나갈 계획이다. 또 '동아시아람사르지역센터'와 국제기구와 연대해 남북한생태교류사업인 '루미 하늘길 연결 프로젝트'도 지속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순천만을 탄소중립·유산관광 코스로 육성한다. 시는 세계유산 공동 관리 지자체인 보성군과 협력해 순천만~여자만권역 유네스코 해양정원 조성사업을 정부에 건의할 계획이다. 최근 염생식물(갈대 등), 해조류 등 연안에 서식하는 식물생태계와 갯벌이 흡수하는 탄소로 불리우는 '블루 카본'이 육상 생태계보다 탄소 흡수 속도가 50배 빠르다고 알려짐에 따라 시는 탄소 감축원의 하나로써 해양정원 조성, 습지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유산관광 코스도 신규로 개발한다. 대대동 갈대숲 일원으로 집중되고 있는 생태관광 동선을 해가 뜨는 별량 화포에서 해가 지는 해룡 와온으로 이어지는 유산관광 동선도 운영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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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만 갯벌과 뻘배

아울러 '통합 세계유산센터'를 건립해 갯벌 보전을 위한 국제 연대를 강화한다. 갯벌생태계는 지자체별 단독으로 보존관리 할 수 없다. 유네스코가 한국의 갯벌로 연속적 유산으로 지정한 이유이기도 하다. 시는 이번에 등재된 한국의 지자체 4곳의 협력뿐 만 아니라 중국 보하이만 갯벌 등 이미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나라와 함께 한국-북한-중국으로 이어지는 황해권역 갯벌 보전을 위한 협력도 추진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순천시는 '통합 세계유산센터' 건립을 정부에 적극 건의할 계획이다.

허석 순천시장은 "30년 전 순천만 갯벌이 사라질 위기 앞에서 순천시민은 자연과 공생하는 어려운 길을 택했고, 그 결과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지정, 람사르 습지도시 인정,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로 세계적인 생태도시로 인정받았다"며 "모두 위대한 시민의 힘 덕분이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또 "순천시는 '람사르습지도시 네트워크 초대 의장국'으로서 순천의 시조(市鳥)인 흑두루미가 이념과 국경을 넘어 자유롭게 이동하듯이 지자체간, 나라간 경계를 허물며 순천시가 갖고 있는 습지관리 경험과 노하우를 세계유산 관리 지자체뿐만 아니라 유산 확대를 준비하고 있는 나라와 협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hwangtae@fnnews.com 황태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