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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전 벌초 안 하면 조상이 덤불 쓰고 온다던데” [fn패트롤]

코로나19 확산세 연일 계속 “제주 전통 벌초문화 바꿨다” 

“추석 전 벌초 안 하면 조상이 덤불 쓰고 온다던데” [fn패트롤]
코로나19가 깬 제주 모둠벌초 "우리끼리! 안전하게!". [뉴시스DB]

■ 음력 8월1일 전후 본격 벌초 시작

[제주=좌승훈 기자] “추석 전이 소분(掃墳) 안 허민 자왈 썽 맹질 먹으레 온다”는 제주 속담이 있다. ‘자왈’은 덤불, ‘썽’은 머리에 써서, ‘맹질’는 명절을 말한다. '자손이 추석 전에 벌초를 하지 않으면, 조상이 명절날 차례 때 덤불을 쓴 채로 온다'는 의미다. 벌초는 추석 전에 하는 것임을 일깨우면서, 의당 자손으로서 해야 할 마땅한 도리임을 각인시킨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제주의 전통적인 벌초 풍습을 크게 바꿔놓고 있다. 코로나19 4차 대유행과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가 시행되면서 지난해에 이어 ▷이번 벌초는 우리끼리! ▷이번 벌초는 안전하게! ▷이번 벌초는 마음으로! 등 3대 방역수칙이 다시 등장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위태롭다. 최근 일일 코로나19 확진자가 연일 최고치를 갈아 치우면서, 지역 공동체 문화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제주에서는 “추석 명절에는 오지 않더라도 벌초 때는 와야 한다”거나 “제사는 안 해도 벌초는 해야 한다”는 말이 회자될 정도로, 음력 8월 초하루를 전후해 일가 친척들이 모두 모여 진행하는 벌초는 제주지역에서 각별한 의미가 지닌다.

■ 거리두기 3단계…“4명이서 어떻게”

평소에 왕래가 거의 없는 먼 친척은 물론, 육지 지방에 거주하는 친척들도 한자리에 모인다. 벌초에 참여하지 못하면, 벌금을 내는 집안도 있다. 더욱이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도내 모든 초·중·고에서는 '벌초방학'을 시행했다. '벌초방학'은 말 그대로 벌초만을 위한 임시 휴교일이었다.

벌초는 대개 제주에서는 문중의 구성원들이 모두 참여하는 ‘모둠벌초’와 가까운 친척끼리 참여해 보통 고조부모 묘까지 벌초하는 ’가족벌초’로 두 차례로 나뉜다. 특히 이 가운데 모둠벌초는 수십명이 참가한다.

물론 근래들어서는 화장률에 계속 확대되고 저출산·고령화 현상이 계속이어지면서 과거보다 벌초풍습이 많이 달라졌다.

“추석 전 벌초 안 하면 조상이 덤불 쓰고 온다던데” [fn패트롤]
추석맞이 '벌초' [뉴시스DB]

올해 음력 8월1일은 9월7일이다. 예년 같으면, 8월 말부터 9월 첫 주말까지 벌초 행렬이 절정을 이룰 전망이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지역 상황은 지난해와 크게 다르다. 지난해는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인원 제한이 없어 자제 권고가 전부였지만, 올해는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조치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 “육지선 마음만” 공동체 문화 흔들

실제로 13일 하루 동안 도내에선 역대 최고치인 55명의 신규 확진자가 나왔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14일 0시 기준 지역 내 누적 확진자는 2039명을 기록했다. 이 같은 폭증세로 심리적 방어선이 무너졌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12~13일 이틀 새 지역 내 감염자가 무려 99명에 달한다. 1차·2차·3차 최정점과 비교해 보면, 확산 속도·규모 모두 이번 4차 대유행이 압도적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에서는 가족모임이나 사적모임 모두 4명 이하로 제한돼 5명 이상 모일 시 방역수칙 위반이 된다. 원칙대로 적용한다면, 이달 말부터 시작되는 벌초에 5명 이상이 모여서는 안 된다.

■ 제주도, 인원제한여부 내주 초 발표

도 방역당국은 현재 인원제한 완화를 포함해 벌초철 방역대책 조정 여부를 검토 중이다.
육지 친척의 제주 왕래를 최대한 자제해 지역사회 감염의 도화선이 될 가능성을 차단하자는 의미도 있다.

구만섭 제주지사 권한대행(행정부지사)는 최근 제주도의회 좌남수 의장과 간담회를 갖고 “주무부서인 보건복지여성국을 중심으로 야외에서 몇 명까지 제한을 둘 수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면서 “벌초가 끝나고 음식물을 나눠먹는 부분까지 방역수칙을 어떻게 적용할 지 고민하고 있며, 방안이 확정되는 대로 알리겠다”고 밝혔다.

본격 벌초철이 눈앞으로 다가오면서, 관련 방역수칙 조정 여부는 다음 주 초에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jpen21@fnnews.com 좌승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