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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만에 돌아온 탈레반 "포괄적인 이슬람 정부" 강조

20년 만에 돌아온 탈레반 "포괄적인 이슬람 정부" 강조
탈레반 병사들이 16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 인근을 통제하고 있다.로이터뉴스1


[파이낸셜뉴스] 약 20년 만에 아프가니스탄을 다시 차지한 탈레반이 평화로운 정권 이양을 약속하고 외국인과 여성을 억압하지 않겠다고 주장했다. 탈레반은 비(非)탈레반 정치 세력까지 새 정부에 참여시킬 예정이라며 최대한 온건한 모습을 보였다.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15일(현지시간) 범아랍 매체 알자지라방송을 통해 아프간 카불을 점령했다며 "아프간에서 전쟁은 끝났다"고 말했다. 그는 "통치 방식과 정권 형태가 곧 정해질 것이다"고 설명했다. 앞서 탈레반은 국제 여론을 의식해 일단 카불을 포위만 하고 협상한다고 밝혔으나, 15일 발표에서 카불 경찰이 도망쳐 치안 공백이 우려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군대를 투입했다고 밝혔다.

■평화로운 정권 이양 강조
러시아 스푸트니크통신은 아프간 정부의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이 카불 함락 직전에 부인과 참모 2명을 데리고 인접한 우즈베키스탄의 타슈겐트로 탈출했다고 전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올린 성명에서 "학살을 막기 위해 떠나기로 했다"고 주장했다. 아프간 정부의 압둘 사타르 미작왈 내무장관은 현 정부를 과도 정부로 전환하고 평화로운 정권 이양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무자히드는 "우리는 주민과 외교 사절의 안전을 지원하겠다는 것을 모두에게 보장한다. 모든 아프간 인사와 대화할 준비가 됐으며, 필요한 보호를 보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탈레반의 다른 대변인인 소하일 샤힌은 15일 CNN을 통해 "우리는 포괄적인 이슬람 정부를 구성할 계획이며 탈레반 출신이 아닌 다른 인사들도 참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약 35만명에 달했던 아프간 정부군과 경찰 병력에 대해 무기를 반납하고 탈레반에 합류하면 사면할 계획이며 이미 기존에 정부군으로 등록된 사람들을 예비군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슬람 원리주의에 집중하는 탈레반은 여성 인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탈레반측은 성명에서 일단 히잡을 착용한 여성은 학업과 일자리를 계속할 후 있으며 혼자서 외출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외국인의 경우 원한다면 떠나도록 허락하고 머무르고 싶다면 새 탈레반 정부에 등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미 국무부는 15일 한국과 카타르 등 세계 65개국이 공동 서명한 성명문을 발표하고 탈레반이 아프간에서 민간인의 자유로운 출국을 허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탈레반 주목하는 중국·러시아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15일 인터뷰에서 탈레반을 합법적인 아프간 정부로 인정하느냐는 질문에 "국민들의 기본권을 지키고 테러리스트를 수용하지 않으면 협력하고 인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날 아프간에서 친미 정권 붕괴를 지켜본 중국과 러시아는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일단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16일 보도에서 중국이 미국의 실패 사례를 되풀이 할 수 없다며 중국군 파병이 불가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매체는 중국이 추진하는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사업을 언급하며 아프간에서도 상황이 안정되면 일대일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장 위구르 자치구의 이슬람 소수민족 봉기를 걱정하는 중국은 탈레반을 정치 세력으로 인정하면서도 경계하는 분위기다. 글로벌타임스는 탈레반이 테러단체들과 연루된다면 유엔 평화유지군 파병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역시 두고 본다는 입장이다. 드미트리 쥐르노프 아프간 주재 러시아 대사는 15일 러시아 매체에 출연해 대사관 철수 계획이 없다며 "평소처럼 업무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아프간계 러시아인들이 희망하면 러시아 정착을 돕겠다고 설명했다.
같은날 자키르 카불로프 아프간 문제 담당 러시아 대통령 특별 대표는 "16일 전화로 탈레반과 연락할 것"이라며 탈레반과 우호 관계를 희망하지만 정권 인정은 서두르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일단 "정권이 어떻게 행동할 지 지켜보겠다"고 강조했다. 1970년대 아프간에서 호되게 전쟁을 치렀던 러시아는 우선 아프간 정세 불안이 중앙아시아로 번지지 않도록 최대한 현 상태를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