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준 고양시장. 사진제공=고양시
【파이낸셜뉴스 고양=강근주 기자】 “처음에는 ‘사스나 메르스처럼 금방 지나가겠지’라고 생각했어요.” “코로나가 길어져 학교도 문 닫고, 낮엔 집에서 혼자 지냈는데, 청소년수련관 선생님들이 급식도 배달해주고 줌 수업할 때마다 응원해줘 힘이 났어요.”
중학교 2학년인 A군은 고양시 청소년수련관에서 운영 중인 비대면 프로그램에 대해 이같이 만족해했다. 8월12일은 국제연합이 제정한 ‘세계 청소년의 날’이다.
3년 주기로 실시하는 국가승인 통계인 ‘청소년종합실태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는 청소년도 예외가 아니다. 학교생활과 사회신뢰에 대해 부정적 반응이 40%를 웃돌고 일주일간 야외에서 신체활동을 전혀 하지 않는 비율도 60.9%로 높게 나타났다. 통계를 발표한 여성가족부는 비대면 활동 프로그램 개발-보급이 적극 모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준 고양시장은 16일 “청소년 시절은 ‘인생의 보석’인 만큼, 청소년 학습권-미래권 수호를 위해 우리는 적극 고민해야 한다”며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 맞춘 비대면 프로그램과 청소년에게 유익한 다양한 사업을 적극 모색해 전인적 성장을 돕겠다”고 밝혔다.
◇포스트코로나 맞춤형 비대면 프로그램 ‘눈길’
고양시가 코로나19에 맞춰 입시 풍속도를 바꾸고 있다. 작년에 전국 최초로 ‘드라이브 인 입시설명회’를 열었던 고양시가 올해는 ‘메타버스(meta 가상 + universe 현실세계)’ 기술을 접목해 대학입시 박람회장을 온라인 가상공간으로 옮겼다.
수능을 100일 가량 앞둔 7일, 고양시에서 추진한 ‘2022년 수시대학 입시박람회’에는 61개 대학이 참가하고 학생 2000여명이 접속해 성황리에 끝났다. 오프라인보다 생동감은 떨어지지만 수험생과 학부모는 마우스 클릭만으로 원하는 대학을 요모조모 살펴보고 입학사정관에게 질문도 던졌다. 전국 최초로 메타버스를 접목한 입시박람회는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하고 편리하게 각 가정에 알찬 정보를 제공했다.
고양시는 코로나19로 인해 불규칙한 생활과 시간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청소년을 위해 ‘맞춤형 온라인 학습 멘토링’도 진행한다. 관내 청소년 300명을 대상으로 멘토가 돼줄 대학생 100명을 투입해 자기주도 생활관리 및 학습역량 증진에 힘쓴다. 대학생 멘토 B군은 “어렸을 때 외동으로 자라 누군가 길라잡이가 돼줬으면 하는 바람이 컸는데, 이제 내가 그 역할을 하게 돼 보람이 크다”고 말했다.
작년 하반기 6개월간 고양시청소년재단을 통해 운영된 ‘비대면 방식 프로그램’에는 총 12만명이 넘는 청소년이 이용했다. ‘대면 방식’에는 9만여명이 참가해 총 21만여명이 프로그램을 활용했다. 이는 고양시 전체 청소년 인구(9세~24세)가 18만여명에 이르고,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을 감안할 때 고무적인 수치로 분석된다.
고양시 메타버스 대입박람회 개최. 사진제공=고양시
고양시 대학생 본인부담 등록금 지원 안내문. 사진제공=고양시
◇교육사각지대 제거…저소득층 청소년지원 활발
“진로에 대해 막연했는데, 배움누리 선배들께 진로 멘토링을 들으니 저도 미래에 대해 더 꿈꾸게 됐어요.”
‘배움누리’는 4일 청소년 22명을 대상으로 전문 분야 직업군을 초빙해 진로 멘토링을 진행했다. 이번 진로 멘토링에는 학생 사이에서 인기 높은 직업군으로 조사된 분야 배움누리 졸업생을 초청했다.
고양에서 10년째 추진 중인 ‘고양시-KB 배움누리’ 사업은 저소득 청소년을 위한 학습지원시설이다. 공부에 대한 의지가 있지만 경제사정으로 사교육 기회가 없는 학생에게 학습지원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올해는 청소년 80명을 대상으로 국민은행 후원금 7000만원과 고양시 예산 1억4000만원을 투입해 운영된다.
저소득층 자녀 등 120명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토당-일산서구 청소년수련관과 성사청소년문화의집에서 운영하던 방과후 아카데미는 비대면으로 전환했다. 담당자들은 학생들을 위한 도시락과 간편식, 체험키트 등을 배달하며 학습지 과제를 풀었는지도 점검한다. ‘자녀 식사가 제일 염려됐는데 그 부분을 해소해줘 감사하다’는 학부모 감사인사가 많다.
올해 처음 시행되는 ‘고양시 대학생 본인부담 등록금’ 지원 사업은 오는 9월13일부터 접수를 시작한다. 지원대상은 만29세 이하 국민기초 수급-차상위-법정 한부모가족 등 복지대상과 기준 중위소득 200% 이하 장애 대학생 및 3자녀 이상 다자녀 가정이다. 지원 금액은 대학 등록금 중 타 기관에서 지원받은 장학금을 뺀 본인부담 등록금을 기준으로 국민기초 수급 대학생은 100%, 그밖에 지원 대학생은 50%이며 최대 지원 금액은 100만원이다.
◇‘친구야 책방가자’-‘친구야 공연장가자’ 전액 시비투입
청소년 응원 프로젝트인 ‘친구야 책방가자’와 ‘친구야 공연장 가자’도 올해 처음 운영됐다. 코로나19 장기화로 피로감이 높아지고 문화생활을 누리기 힘든 청소년을 위해 사업을 구상, 전액 시비로 사업비를 마련했다.
청소년에게 책 읽는 즐거움을 알려주기 위한 ‘친구야 책방가자’ 는 1인당 1만5000원씩 도서교환권인 ‘고양 북페이’를 증정하는 사업이다. 관내 33개 동네책방에서 본인이 읽고 싶은 책(참고서-잡지-문구류 제외)을 직접 구입하도록 해서 동네서점도 살리고 독서문화 확산도 진작했다.
7월 말까지 83개 중-고교에서 5만5000여명의 학생이 ‘친구야 책방가자’를 신청했다. 고양시는 오는 9월 초까지 초등학생 5-6학년 1만8000여명을 대상으로 추가 접수를 받는다. 희망을 원하는 학교는 고양시 평생교육과에 문의하면 된다.
‘친구야 공연장 가자’는 관내 학생(초6-중-고) 5000명에게 2만원권 상당의 ‘고양아트페이(공연예매권)’를 지급한다. 현재 고양아람누리와 고양어울림누리에서 상영 중인 ‘레미제라블’, ‘호두까기인형’, ‘모짜르트’, ‘내 마음 속 어린왕자’등 10편 중에서 골라 볼 수 있다. 지난달까지 35개 학교 총 2800여명이 신청했다. 고양아트페이를 수령해 고양문화재단 누리집에서 개별적으로 공연예매를 진행하면 된다.
고양시 청소년 제안창작소 워크숍. 사진제공=고양시
고양시-KB 배움누리 학습지원사업. 사진제공=고양시
◇청소년 ‘제안창작소’ 학교공간 혁신 선도
전국에서 유일한 형태로 운영하는 ‘청소년 제안창작소’도 올해 3돌을 맞이했다. 올해는 14세~19세 청소년 22명이 8팀으로 구성돼 활동 중이다. 청소년은 팀별로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3차례 제안교육 워크숍-현장조사활동-컨설팅 등으로 아이디어를 다듬고 완성할 기회를 가진다. 우수 제안은 검토와 심사를 거쳐 고양시 정책으로도 반영한다. 2019년 제안창작소에서 제안된 ‘청소년 전용 먹거리 쉼터’는 작년 ‘중앙우수제안 평가’에서 행안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2019년부터는 학생이 학교공간을 직접 기획해 바꿔보고 학교공간을 지역주민 개방시설로 활용하는 학교시설 공유사업도 추진 중이다.
이는 민선7기 공약사업으로 2019년 4개 학교, 작년 14개 학교, 올해 13개 학교가 ‘학교공간 혁신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일제 잔재로 ‘지시와 통제’ 상징이던 기존 학교 구령대는 친근한 학생 놀이공간, 학부모 쉼터, 버스킹 공간 등으로 변모했다. 고양시는 앞으로 ‘학교공간 혁신 프로젝트’를 고양 전역으로 확대해 학생은 학교공간에 애착을 갖고, 인근 주민은 학교 유휴공간을 복합문화공간 등으로 활용할 수 있는 ‘따스하고 친근한 미래형 학교’를 조성해 나갈 예정이다.
kkjoo0912@fnnews.com 강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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