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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집단면역 불가능..독감처럼 관리해야"

-최종현학술원 웹세미나 

"코로나 집단면역 불가능..독감처럼 관리해야"
17일 최종현 학술원이 개최한 '4차 대유행, 무엇이 위기인가?' 웨비나/사진=유튜브 캡쳐


[파이낸셜뉴스]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이 2년 가까이 계속되면서 코로나19에 대한 인식과 방역체계를 바꿔 '위드(With) 코로나' 시대를 맞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석학들은 전염성 높은 델타 변이의 등장으로 '집단면역'이 사실상 불가능해졌고,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막대한 비용과 의료체계 부담을 지적하며 이제는 코로나를 '독감'처럼 관리하고 치명률을 낮추는 새로운 방역 체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최종현학술원은 17일 '4차 대유행, 무엇이 위기인가?'라는 제목으로 7차 코로나 웨비나를 개최하고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았다. 이날 0시 기준으로 한국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1373명으로 42일째 네자릿수를 기록했다.

■집단면역 가능한가?
집단면역은 집단 대부분이 감염병에 대한 면역성을 갖췄을 때 감염성 확산이 느려지거나 멈추는 상태를 의미한다. 한국 정부는 집단면역 형성을 위해 코로나 백신 접종이 가능한 성인 70%에게 백신을 공급할 계획이나 현재 접종 완료 비율은 약 19% 수준이다. 웨비나 연사로 나선 안광석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1970년대 형성된 집단면역 이론에 따르면 병원체가 진화하지 않고, 인간만 감염되어야 하며 집단에서 면역력이 균등해야 하나 지금은 조건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코로나 델타 변이와 동물 감염, 세계적인 백신 불평등을 비롯해 이론의 전제가 틀어졌다고 설명했다.

김윤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는 2019년 발견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1명이 전염시킬 수 있는 인원이 2.5명이라 백신 효능을 감안해도 70%면 집단면역이 가능했지만 델타 변이는 1명이 6명까지 감염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조건을 적용하면 접종 가능 인구의 106%가 백신을 접종받아야 하며, 집단면역 목표(70%)를 달성한 이스라엘 같은 국가에서도 한국보다 훨씬 많은 환자가 쏟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성균관대 물리학과의 김범준 교수는 최근 코로나 환자가 창궐 초기와 달리 한국과 세계 모두 전 지역에서 균일하게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석학들은 지금 같은 통제 위주의 방역체계에 막대한 비용이 든다고 강조했다. 홍콩과기대의 김현철 경제학과 교수는 "모든 정책에는 대가가 따른다"며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으로 인해 아동 및 청소년,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이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의 초중고교생들이 지난해와 올해까지 18개월 동안 등교제한으로 인해 약 3분의 2에 달하는 교육 기회를 잃었다고 역설했다. 그는 교육 손실로 학생들의 미래 임금과 수명 역시 줄어들 것이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자료를 인용해 향후 100년에 걸쳐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이 3300조원 줄어든다고 주장했다. 그는 소상공인들 역시 팬데믹으로 20~50%의 매출 감소를 겪었고 중간 규모 외식사업자의 실질 소득이 실업수당 수혜자 수준으로 급감했다고 경고했다.

■관리 중심의 새 방역체계 세워야
석학들은 이러한 한계를 지적하며 코로나19 확진자 통제에 집중하는 대신 치명률을 줄이는 관리 중심의 방역체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한국의 백신 접종률이 낮아 당장 위드 코로나 시대로 들어갈 수는 없지만 언젠가는 따라야 한다고 분석했다. 한림의대 감염내과의 이재갑 교수는 "1968년 홍콩 독감은 50년째 우리와 함께 유행하며 살고 있고 2009년 신종 플루도 매년 겨울마다 유행하고 있지만 지금 우리가 팬데믹 이후 이러한 바이러스에 공포감을 느끼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김윤 교수는 일반 독감의 치명률이 0.1% 수준이며 코로나19의 치명률 역시 백신 보급이 지금처럼 진행된다면 8월 말에는 비슷한 수준까지 내려간다고 설명했다.

안광석 교수는 앞으로 코로나19의 전염력은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되겠지만 병독성은 계속 내려갈 수 있다며 백신 접종으로 중증 환자를 줄이고 결정적인 치료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변이의 출현을 억제하고 의료시스템 포화를 막는 새로운 추적 및 격리 시스템까지 등장한다면 위드 코로나 시대가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또한 이재갑 교수는 현재 의료체계의 부담을 줄기 위해서라도 새로운 방역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17일 중앙사고수습본부에 따르면 전날 오후 5시 기준으로 전국의 코로나19 중증환자 전담 병상 가운데 비어있는 병상은 33.6%에 불과했다. 이재갑 교수는 의료체계의 부담을 덜기 위해 코로나19 검사를 일반 병원의 외래 진료로 해결하고 확진 환자의 재택 치료를 늘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감염병 전담 병원과 중환자 전담 병상에 몰리는 환자를 일반 병원의 음압 격리실과 음압 중환자실로 돌릴 수 있어야 한다며 단계적인 전환 대책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3단계 거리두기 완화 단계를 점진적으로 진행하는 싱가포르 모델을 참고할만하다고 덧붙였다. 김윤 교수는 새로운 방역 체계를 위해 사망자 숫자를 억제하고 일반병실과 중환자실을 늘리는 동시에 파견이나 봉사 형태가 아닌 양질의 의료인력을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