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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자산 선호에 환율 상승, 외국인 자금이탈 악순환 이어졌다 [출렁이는 금융시장]

코로나 재확산에 아프간 사태 덮쳐
美연준 테이퍼링 임박 전망도 영향
"외국인 매도세 ‘셀 반도체’에 국한
장기간 매도로 이어지지 않을 것"

안전자산 선호에 환율 상승, 외국인 자금이탈 악순환 이어졌다 [출렁이는 금융시장]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연일 원·달러 환율은 급등하고 주가는 곤두박질치면서 금융시장에서 불안감을 높이고 있다. 코로나19 불확실성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되고 외국인들의 자금이탈에 주가 하락과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어 외국인 자금이탈의 공포감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일단 환율급등세와 코스피지수 하락은 제한적이라는 전망이지만 대외여건 불확실성이 변수라는 분석이다. 이로 인해 정부가 올 하반기 역점 추진 과제로 제시했던 '금융시장 안정정책'에도 적신호가 켜졌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기준금리 인상 등의 금융시장 안정대책이 가시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11개월 만의 최고 환율

1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169.0원)보다 7.3원 오른 1176.3원에 마감했다. 이는 종가기준 지난해 9월 15일(1179.0원) 이후 가장 높은 것으로 11개월 만에 최고치다.

이 같은 원·달러 환율 급등은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확대로 글로벌 경기 회복이 지연되면서 불확실성이 높아진 데 따른 것이다.

실제 중국의 7월 산업 생산·소매 판매, 미국의 8월 엠파이어스테이트 제조업지수 등 경제지표가 부진하고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의 아프가니스탄 장악이 지정학적 위험을 부각하면서 안전자산 선호심리는 강화되고 증시는 하락 압력을 받았다.

특히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 역시 달러 강세에 힘을 싣고 있다. 전문가들은 연준이 오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테이퍼링 계획을 알리고 이르면 11월부터 테이퍼링에 들어갈 것이라는 예상을 하고 있다.

원화약세를 이끄는 국내 코로나 확산과 외국인 자금이탈도 환율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11일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처음으로 2000명을 넘으면서 원·달러 환율은 10개월 만에 가장 높은 금액으로 상승 마감했다. 이후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이날 장중 한때 1180원에 근접하기도 했다. 사정이 이렇자 일각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연내 1200원까지 치솟을 것이란 전망도 내놓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코로나19 재확산이 지속되는 데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의 통화정책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안전자산인 달러에 대한 선호현상이 강해질 수 있어 연내 원·달러 환율이 1200원까지 상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면서 "원·달러 환율 상승은 외국인들의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면서 한국 증시 이탈을 가속화하는 악순환고리를 형성하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셀 코리아' 아닌 '셀 반도체'(?)

외국인들의 자금 이탈은 원화 약세에 반영되고 주식시장으로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외국인은 지난주 코스피 시장에서 7조원 넘는 주식을 팔아치우며 원·달러 환율 급등세를 이끌었다. 실제 이날 반도체발 쇼크와 6거래일 연속 외국인 순매도가 이어지면서 코스피도 3200선이 무너져 8거래일 연속 하락을 이어갔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28.20p(-0.89%) 하락한 3143.09에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4118억원, 기관은 1327억원을 순매도하면서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반면 개인은 홀로 5883억원을 순매수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중국의 경제지표 둔화는 글로벌 경기 회복 속도의 둔화 가능성을 자극하며 위험자산 선호심리의 위축을 불러왔다"며 "장 초반 글로벌 경기 회복의 둔화 이슈가 장악했다면 이후에는 개별 기업들의 변화에 따라 반등을 모색했다"고 전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외국인의 매도세로 코스피 지수 하락이 이어지고 있지만 '셀(sell) 코리아'로 보기보다는 '셀(sell) 반도체'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다.


한국 금융시장 전체가 아닌 반도체 업종에 국한돼 있어 장기간 매도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반도체 업황 우려가 높아지면서 외국인의 매도세가 매우 거칠긴 하지만 그렇다고 주식 비중을 축소할 정도는 아니다"라면서도 "반도체 정점 논란이 반드시 경기 정점을 의미하지는 않지만 방어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미국의 조기 긴축 신호로 달러 강세 현상이 두드러진 데다 반도체 업황 둔화 우려가 더해지면서 매도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반도체주 주가는 바닥에 근접했다는 의견이다.

jiany@fnnews.com 연지안 김민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