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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지른' 이준석, 최고위원에 경고하자..배현진 "나도 경고한다"

'불 지른' 이준석, 최고위원에 경고하자..배현진 "나도 경고한다"
배현진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지난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박범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참 다양하게도 싸운다. 제1야당 국민의힘의 집안 싸움 이야기이다. 국민의힘 지도부와 당내 대권주자들 사이에서 시작된 갈등이 당 지도부의 감정싸움으로까지 치닫고 있다.

이준석 대표는 최고위원들과의 비공개회의에서 “정신 차려라”면서 경고하자 배현진 최고위원도 발끈하며 “나도 경고하겠다”고 맞받아쳤다.

18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국민의힘 관계자들에 따르면 지난 17일 이 대표와 최고위원들은 비공개회의에서 대선 경선 토론회와 같은 당내 갈등 사안을 두고 크게 충돌한 것으로 전해졌다.

발단은 김재원 최고위원이 이 대표와 원희룡 전 제주지사 사이 통화 내용을 문제 삼으면서다. 앞서 김 최고위원은 이날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이 대표가 원 전 지사와의 통화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곧 정리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원 전 지사로부터 직접 사실관계를 확인 받았다고 강조했다.

김 최고위원은 이날 비공개회의에서 이 내용을 또 한 번 전달하며 이 대표의 중립성을 문제 삼았고 이 대표는 해당 통화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는 취지로 반박했다고 한다.

사실관계를 해명하던 이 대표는 일부 최고위원과 당직자를 겨냥해 말조심하라며 “정신 차려야 한다. 경고한다”고 포문을 열었다.

그러자 배 최고위원은 즉시 “나도 최고위원으로서 경고한다”고 맞섰다. 그는 “지금 당이 시끄러운 것은 이 대표 잘못도 있는데 경고라니”라며 “그러면 나도 똑같이 잘하라고 경고하겠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고위원이 당 대표를 들이받는 보기 드문 상황이 연출되자 장내에 순간 정적이 감돌았다고 한다.

배 최고위원은 이 대표의 무분별한 언론 인터뷰와 페이스북 글이 당내 분란을 키웠다고 성토하면서 훈계조로 “앞으로 그러지 말라”고 쏘아붙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회의에서 가장 격앙된 것은 김도읍 정책위의장이었다고 한다. 김 정책위의장은 일부 최고위원들을 향해 “도대체 최고위가 이게 뭔가”라며 “최고위원 당신들이 캠프 대변인들이냐”고 반문했다. 경준위 권한을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자기들이 의결해 놓은 기구를 갖고 어디다 대고 시비를 걸고 침을 뱉느냐”며 “누워서 자기 얼굴에 침 뱉기”라고 성토했다.

김기현 원내대표가 “얘기를 다 잘 들었으니 수습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끼어들고 나서야 실무 논의를 할 수 있었다는 전언이다.

회의를 마친 이 대표는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그는 최고위를 마치고 기자들과 자유롭게 소통하던 평소와 달리 이날은 질의응답 요청에 일절 응하지 않았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