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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시위대에 발포...해산 과정서 최소 1명 사망

[파이낸셜뉴스]
탈레반, 시위대에 발포...해산 과정서 최소 1명 사망
아프가니스탄 동부 잘랄라바드에서 독립기념일 하루 전날인 18일(현지시간) 주민들이 반탈레반 시위에서 아프간의 3색국기를 흔들고 있다. 이날 탈레반의 무력 진압으로 최소 1명이 사망하고, 6명이 부상을 입었다. 로이터뉴스1

탈레반이 18일(이하 현지시간) 시위대에 발포해 최소 1명이 사망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아프가니스탄에서는 흔치 않은 시위는 이날 동부 지역 잘랄라바드에서 일어났다. 시위대는 탈레반기를 내리고 아프간 국기를 게양하려다 탈레반의 총격을 받았다.

보도에 따르면 아프간이 1919년 영국에서 독립한 날을 기념하는 독립기념일 하루 전날인 이날 잘랄라바드와 인근에서 수십명이 모여 아프간 국기인 삼색기를 게양하려고 시도했다.

이들은 탈레반이 이미 이 지역을 접수한 뒤 내걸었던 백색 바탕에 이슬람 경전이 새겨진 탈레반기를 내렸다.

AP는 당시 장면을 담은 동영상을 인용해 탈레반이 공중에 위협사격을 가했고, 이후 곤봉으로 이들을 공격하면서 군중을 해산했다고 전했다.

지역 언론사의 한 기자는 탈레반이 자신과 다른 방송사의 TV 카메라맨을 구타했다고 밝혔다.

지역 보건당국자에 따르면 최소 1명이 목숨을 잃었고, 6명이 부상당했다.

탈레반 통치에 대해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초기 신호이지만 탈레반은 시위 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고 AP는 전했다.

탈레반은 20년전과 달리 이번에는 인권을 존중할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잘랄라바드 시위를 무력으로 곧바로 진압하는 등 여전히 인권과는 거리가 먼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온 몸을 가리는 부르카를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여성들을 총으로 쐈다거나, 집에 있던 여성을 총을 쏴 살해했다는 소식들이 전해지고 있어 여성들의 불안감은 극에 달하고 있다.

많은 아프간인들이 지난 20년간에 걸친 서방의 지배에 따른 아프간의 변화는 탈레반 치하에서는 살아남지 못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탈레반은 이런 가운데 정권 인수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날도 탈레반 지도부는 아프간 관리들과 미래 정부에 관해 대화를 나눴다.

그러나 아프간 안정은 어려워 보인다.

아프간 중앙은행 총재는 미국이 탈레반 정권을 테러단체로 지정해 경제제재에 나선 터라 아프간 경제가 위협받고 있다면서 아프간 외환보유액은 이미 위험수준으로 추락했다고 우려했다.

한편 탈레반이 장악한 지역에서는 15일 수도 카불에서 탈레반에 반대하는 여성 여러 명이 시위를 한 것 외에는 시위가 거의 없는 가운데 북부 지역에 반 탈레반 세력이 집결하고 있다.

반 탈레반 세력인 북부연합이 강력히 장악하고 있는 카불 북쪽의 판지시르가 구심점이 됐다. 이 지역에 근거한 북부연합은 2001년 미국이 아프간을 침공했을 때부터 미국과 협력해왔다.

탈레반에 넘어 가지 않은 유일한 주다.

판지시르에는 현재 탈레반 정부 관계자들도 합류했다.

암룰라 살레 부통령은 판지시르로 도피한 뒤 트위터에서 자신이 아프간의 적법한 대통령이라고 주장했다. 국방장관인 비스밀라 모함마디 장군도 판지시르에 합류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