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규 전 대검 중수부장이 지난 2009년 6월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기자실에서 '박연차 게이트' 수사 최종결과 발표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관련 수사를 담당했던 이인규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이, ‘논두렁 시계’ 의혹이 언론에 알려지는 과정에 관여했다는 내용의 보도를 한 언론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승소했다. 법원은 해당 보도로 이 전 부장의 명예가 훼손돼 정정보도와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8부(장석조·김길량·김용민 부장판사)는 최근 이 전 부장이 CBSi와 당시 소속기자·논설실장을 상대로 “정정보도와 손해를 배상하라”며 낸 소송의 항소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이 전 부장은 지난 2018년 9월 노컷뉴스의 2018년 6월 보도 기사·논평 1건씩에 대해 소송을 냈다. 해당 기사의 요지는 ‘이 전 부장이 현재 미국에 체류하고 있고, 이 전 부장은 귀국해 논두렁 시계 보도가 이뤄진 경위를 밝혀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 전 부장이 미국의 모 식당에서 밥을 먹는 사진과 함께 검찰 조사를 앞두고 출국해 ‘도피’ 의혹도 있다는 취지도 담았다.
2009년 ‘박연차 게이트’ 수사를 담당할 당시 ‘국가정보원이 시계수수 의혹을 받았던 노 전 대통령을 향한 부정적 여론을 키우기 위해 언론에 정보를 유출한 데에 이 전 부장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는 기사 내용도 담겨 있었다. 같은 시기 논평은 '이 전 부장은 노 전 대통령에게 도덕적 타격을 주려는 국정원 기획이었다며 사실을 시인했다'는 내용 등을 담았다.
1심은 이 전 부장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1심 재판부는 “이 전 부장이 사건의 중요 내용을 알고 이는 ‘관련자’로만 이해될 뿐 의혹을 언론에 직접 흘렸다거나 국정원이 의혹을 흘리는 데 협력했다는 의미로 보이지 않는다”라며 “언론의 감시·비판·견제는 악의적이거나 경솔해 상당성을 잃은 것으로 평가되지 않는 이상 정당한 활동으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2심은 이 전 부장의 손을 들어줬다. 2심 재판부는 “이 전 부장이 시계수수 의혹 보도에 관여했다고 암시하거나 검찰이 국정원의 요청에 따라 시계수수의혹 정보를 언론에 흘렸다는 사실을 시인했다고 적시했다”라며 “이는 당시 중앙수사부장이었던 이 전 부장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내용”이라고 밝혔다.
이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표현을 사용해 명예를 훼손했고, 일부 주장만을 발췌했다”라며 “국정원 간부로부터 시계수수의혹을 언론에 흘리는 방식으로 활용하면 좋겠다는 요청을 받은 사실은 인정되지만, 이 전 부장이 이에 관여했다는 것을 인정할만한 충분한 증거가 없어, 보도를 허위사실로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정정보도문을 게재하고 데이터베이스에 보관해 검색되도록 하라고 판결했다. 또 언론기관의 책임과 국민들의 관심 정도, 보도에 이르게 된 경위, 형식, 내용, 명예훼손으로 인한 이 전 부장의 피해 정도 등을 고려해 회사와 기자가 300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회사와 논설실장은 위자료로 1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했다.
jihwan@fnnews.com 김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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