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지붕 빗물 흐름과 유사…관정 아닌 동굴서 측정 개념화
한라산 Y계곡의 이끼폭포 전경. 계곡 단면에 노출된 고토양층 상부를 따라 지하수가 흘러나오고 있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 제공]
■ 제주 지질 형태 맞는 지하수 모델…국제학술지에 게재
[제주=좌승훈 기자]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본부장 강만관)는 제주 지질 형태에 맞는 지하수 모델을 다룬 논문이 수문학·수자원 분야 국제학술지인 '수리학적 과정(Hydrological Processes)' 8월호에 게재됐다고 20일 밝혔다.
해당 논문은 ‘제주도 화산층서와 동굴 유입수 관측을 통한 다층 대수층 모델 개념화’로, 문화재청 지원을 받아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제주도 천연동굴 보존·관리 방안 연구 조사의 일환으로 작성됐다.
세계유산본부는 이를 통해 제주도 지하수 흐름이 마치 ‘너와지붕’에서의 빗물 흐름과 비슷하다는 이른바 ‘너와모델’을 제시했다.
'너와'는 지붕 재료를 기와나 이엉 대신 판재를 얇게 쪼개어 지붕에 차곡차곡 깔아 놓은 전통 가옥 구조 중 하나다.
지표로 스며든 빗물은 지하에 분포하는 여러 매의 고토양층 상부를 따라 흘러가는 과정에서 고토양층의 단절부를 통해 지하로 더 깊이 흘러들고, 이 물은 아래에 위치한 또 다른 고토양층을 따라 수평·수직적 흘러가기를 반복해 여러 대수층으로 이뤄진 상당한 규모의 지하수체가 형성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제주 지하수 '너와모델' 모식도 [제주도 세계유산본부 제공]
세계유산본부는 이번 연구 결과가 용암동굴에서 지하수의 흐름을 직접 관측해 얻은 결과라는 점에서 기존 연구와 차별화된다고 설명했다.
또 ‘너와모델’이 기존 다른 지하수 흐름 모델과 다른 제주 지하수의 특성을 잘 설명했다고 평가했다.
유네스코 지정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만장굴과 용천동굴은 깊이 10~30m, 폭 4~22m, 길이 3~5km의 지하공간이자, 지하수의 흐름을 직접 관측할 수 연구공간이다. 연구진은 약 1년3개월 동안 수 ㎞에 걸쳐 동굴 내로 유입되는 지하수의 흐름 양상과 특성을 주기적으로 관측해냈다.
세계유산본부 한라산연구부 안웅산 박사는 "새롭게 제안된 지하수 모델을 기반으로 한 지하수의 양, 흐름속도·패턴에 대한 정량적 연구가 이뤄진다면 제안된 모델은 향후 제주도 지하수 관리와 예측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jpen21@fnnews.com 좌승훈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