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젠더, 이념, 세대 등 사회적으로 소모적인 갈등이 거듭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우리나라의 갈등지수는 최고 수준으로 올라갔다. 그런데도 정부의 갈등 관리 능력은 태부족한 상태다. 이 때문에 고소·고발 건수는 80만건에 이르러 수사 낭비로 이어지고 있다. 사회 갈등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경제성장에 큰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22일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OECD 가입 30개국의 정치·경제·사회 등 3개 분야 13개 항목을 조사해 종합한 갈등지수를 산출한 결과 우리나라는 55.1포인트로 30개국 중 3위를 기록했다. 전 분야에서 갈등은 두드러졌다. 정치분야(4위)에선 언론에 대한 정치권의 법적·제도적 통제, 언론의 이념적 편향 등으로 인해 우리나라의 갈등지수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분야 갈등지수 3위였다. 지니계수 등 소득불평등을 나타내는 항목 순위가 높아, OECD 국가들 대비 상대적인 소득불평등 심화가 갈등 요인이 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사회분야 갈등지수는 2위로 OECD 최상위권을 기록했다. 문제는 갈등을 관리할 수 있는 역량 또한 하위권에 머무르고 있다는 점이다.
사회 갈등이 높아지자 묻지마 고소·고발도 계속 늘고 있다. 법무부 ‘2021 법무연감’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고소·고발로 접수되어 처리된 사람의 수가 증가세다. 2016년 74만4960명, 2017년 72만9229명, 2018년 78만2251명 등으로 70만명대 수준이었는데 2019년 85만551명, 2020년 84만3712명 등으로 80만명대 수준으로 급증했다.
문제는 근거 없는 고소·고발인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범죄 성립 여부를 나타내는 기소율은 20%이하에 불과했다. 우리와 사법체계가 비슷한 일본과 비교해보면 고소·고발 남용 현상은 뚜렷하다.
경찰대 치안정책연구소에 따르면 2010년 기준 우리나라는 인구 10만명당 평균 1068명이 고소를 당하고 있는데 일본은 7.3명으로 146.4배까지 차이가 난다. 2018년에는 이러한 차이가 217배로 더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유환익 전경련 기업정책실장 “전문가 중심으로 제3자 기구 등을 만드는 방법을 통해 국가나 경제 전체의 관점에서 갈등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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