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의 라디오 방송 ‘슈퍼 토크 99.7 WTN’ 진행자이며 코로나19 백신을 조롱하던 방송인 필 밸런타인. 뉴시스 제공
[파이낸셜뉴스] 하필 또 이렇게 됐다. 미국에서 코로나19 백신의 효과를 무시하거나 백신 자체를 반대하던 보수 성향의 방송인들이 코로나19에 감염돼 사망까지 이르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23일 현지 방송계 등에 따르면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의 라디오 방송국 WWTN은 보수 성향 토크쇼 진행자인 필 밸런타인(61)이 별세했다고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밸런타인은 반(反)백신주의자까지는 아니었지만 백신의 효능에 대해 여러 차례 의문을 표했다. "코로나19 백신을 꼭 모든 사람이 맞아야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자신이 코로나19에 걸려 죽을 가능성에 대해 “아마도 1%에 훨씬 못 미칠 것”이라고 말한 적 있었다.
또 “일반인은 백신을 맞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라고도 말했고, 미국 정부의 백신 접종 독려를 조롱하는 노래를 방송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지난달 밸런타인은 코로나19에 감염됐고, 폐렴 증상과 그에 따른 부작용으로 중태에 빠져 병원에 입원했다.
가족들은 밸런타인이 입원한 뒤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밸런타인이 반백신주의자는 결코 아니었지만, 더 열정적으로 백신 찬성론자가 되지 않은 것을 후회한다는 점을 청취자들이 알기를 원한다’고 전했다.
지난 15일에는 같은 테네시주에 살던 기독교 라디오 방송 진행자 지미 드영이 81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코로나19로 병원에 입원한 지 8일 만이었다.
드영은 방송에서 백신에 대한 불신을 여러 차례 드러낸 바 있었다.
출연자에게 “백신이 요한계시록 3장의 ‘짐승의 표’와 관련이 있는가”라고 묻거나 “백신은 국가가 사람들을 통제하는 또 다른 형태가 될 수 있는가”라고 물었다.
또한 지난 4일에는 플로리다에서 보수 성향의 라디오 토크쇼 진행자로 활동하던 딕 패럴(65)도 코로나19 합병증으로 사망했다.
패럴은 반백신주의자로도 유명했는데, 그는 페이스북에 “지인 2명이 백신을 맞고도 코로나19에 걸려 위중한 상태로 병원에 입원했다”면서 비속어와 함께 “백신은 가짜”라고 썼다.
전염병 전문가인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을 두고서는 “권력을 휘두르는 거짓말쟁이 괴물”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방송인 딕 패럴의 사망 소식을 전한 트위터 게시물 갈무리. 뉴스1 제공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