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랑리 해변 1㎞까지 퍼져
한번 발생하면 일주일간 지속돼
공수항 마을어장·미역양식장 폐사
오시리아 관광지 공사 영향 주장
부산도공 "어업피해 조사 중"
지난 21일 부산지역에 많은 비가 내린 가운데 기장군 시랑리 앞바다가 흙탕물로 뒤덮였다. 사진=정용부 기자
"마을 공동어장에 토사가 쌓여 바다가 아주 엉망이 됐어요."
23일 부산 기장군 시랑리 앞바다가 흙탕물로 뒤덮였다. 지난 주말 호우특보가 발효된 부산 기장지역에는 강풍을 동반한 많은 비가 쏟아졌다. 특히 기장읍 시랑리 앞바다부터 해운대구 송정해수욕장까지는 바닷물이 누렇게 변하는 흙탕물 현상이 목격됐다.
흙탕물이 처음 목격된 곳은 오시리아관광단지가 지척인 시랑리 해변이다. 흙탕물은 해안에서 약 1㎞까지 퍼져 푸르스름한 먼바다와 바다색이 확연히 구분된다. 시랑리 앞바다를 뒤덮은 흙탕물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남하해 해운대구 송정해수욕장까지 약 1.3㎞ 분포했다. 흙탕물은 한 번 발생하면 약 일주일간 지속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어업 비중이 높은 기장지역에선 앞서 일광해수욕장에 흙탕물 현상이 발생한 적 있지만 이처럼 범위가 넓고 뚜렷한 건 드문 일이다.
인근 어민들은 흙탕물로 인해 마을어장과 미역양식장에 큰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수항 어촌계에는 해녀(나잠어업)가 활동하고 있고 이들은 마을어장에서 전복, 해삼, 소라, 말똥성게 등을 채취해 생업을 이어가고 있다. 또 미역양식장에서는 곧 미역종묘를 앞두고 있어 피해는 더 커질 전망이다.
공수마을 어촌계장 안모씨는 "공수항 앞바다는 어패류가 서식하기 아주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다. 전복이나 소라 등은 바위틈에 붙어서 사는데 토사가 떠내려와 그 바위틈을 다 막아버리니 폐사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어민들은 이 같은 흙탕물 현상이 한두해 있는 일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특히 일부 어민은 인근 오시리아 관광단지 내 대규모 공사현장에서 흙탕물이 흘러내려와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안씨는 "정말 답답해서 울고 싶은 심정이다. 군청이나 공사장에 찾아가서 말을 해봐도 정상적인 허가를 받아서 공사를 하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면서 "토사가 공사장 여러 군데에서 합쳐서 내려오다 보니 어느 딱 한 군데만 상대로 할 수도 없는 일이고…"라고 하소연했다.
이에 대해 오시리아 관광단지의 사업자인 부산도시공사는 오시리아 관광단지 내 여러 공사현장에서 토사가 바다로 유입되는 것으로 보고 정확한 경위와 주민 피해 등을 조사 중에 있다. 부산도시공사 한 관계자는 "지난달에 어업피해조사에 관한 용역을 발주해 조사 중이다. 그 결과에 따라 적절한 절차가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demiana@fnnews.com 정용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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