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익위 발표 하루만에 조치
5명 탈당권고·한무경은 제명
민주당과 차별화로 역풍 차단
당 쇄신·경선준비 속도낼듯
국민의힘이 24일 부동산 전수거래 결과 불법거래 의혹이 제기된 현역의원 12명의 명단을 공개했다. 이 중 6명에 대해선 강력한 중징계인 '탈당 권고' 및 '제명' 조치를 취했다. 이준석 대표가 '초강수 카드'를 꺼내들면서 최근 경선준비 과정에서 불거진 리더십 논란을 진화하고 향후 고강도 당 쇄신작업에 본격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보인다.
■이준석 '초강수'… 리더십 회복 계기
이 대표와 김기현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는 이날 오전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전날 국민권익위원회가 부동산 투기 의혹을 제기한 의원들에 대한 징계 여부를 논의했다. 회의에선 의원들로부터 화상으로 소명을 듣는 절차를 거쳤다.
이 대표는 7시간 마라톤 회의를 끝낸 후 12명의 불법거래 의혹을 받는 의원 명단을 공개했다. 여기에는 강기윤·김승수·박대수·배준영·송석준·안병길·윤희숙·이주환·이철규·정찬민·최춘식·한무경 의원(가나다순)이 포함됐다.
이 대표는 "강기윤·이주환·이철규·정찬민·최춘식·한무경 의원은 만장일치로 모두의 뜻을 모아 탈당과 함께 수사에 적극 협조할 것으로 요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특히 초선 비례대표인 한무경 의원에 대해선 조만간 의원총회을 열고 제명안을 상정키로 했다. 나머지 6명에 대해선 본인의 불법 개입 혐의를 발견하지 못한 데다 소명절차 등을 거쳐 별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들은 당 자체조사 결과, 해당 부동산이 본인 소유가 아닌 데다 본인이 개입한 혐의가 발견되지 않았고, 토지 취득 경위가 소명돼 이미 매각했거나 즉각 처분 의사를 밝혔다는 설명이다.
이 대표가 권익위 발표 하루 만에 발 빠른 조치를 내놓은 건 최근 경선 토론회와 사퇴 논란 등 잇따른 당내 혼란으로 불거진 리더십 논란을 조속히 진화하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이 대표는 전날 당내 분란에 대해 공식 사과하며 갈등 봉합에 나섰다. 특히 문재인정부의 최대 실정인 부동산 정책 폐해를 집중 공격해온 국민의힘으로선 이번 문제를 빨리 매듭짓지 않고선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화력을 집중하기가 부담스럽다는 정무적 판단도 한 배경이라는 관측이다.
■의혹 털고 당 쇄신 속도내나
또한 이 대표가 앞서 더불어민주당보다 엄격한 조치를 예고한 만큼 더불어민주당과 차별화된 조치를 내려야 한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을 법하다. 게다가 솜방망이 조치에 그칠 경우 '제식구 감싸기'라는 여론의 역풍이 거세질 수 있다는 점도 고려 대상이었다는 시각이다.
민주당은 지난 6월 권익위로부터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된 의원 12명에 대해 출당 권유를 내렸다. 하지만 비례의원 2명에 대한 제명처리만 이뤄졌을 뿐 지금까지 10명은 당적을 유지하고 있다. 한때 개헌저지선(101명)이 무너질 수 있다는 점에서 탈당 등 중징계는 피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지만 국민의힘 지도부는 탈당권고와 제명이라는 초강수를 뒀다.
당 핵심 관계자는 "탈당하더라도 범야권이기 때문에 개헌저지선은 사실상 의미가 없다"며 "지금은 확실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옳은 선택"이라고 부연했다.
당 내부에선 이번 문제를 조기에 털어내고 향후 당 쇄신과 본격적인 경선 준비를 위한 동력을 확보하는 모멘텀으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중진의원은 "이번 권익위 발표가 여권발 부동산 문제를 물타기한 흔적이 역력하다"면서도 "문제가 있으면 엄격히 조치를 취하는 게 맞다"고 했다. 이에 따라 국민의힘은 앞으로 당 쇄신과 경선 준비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ming@fnnews.com 전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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