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 수술실에서 병원관계자들이 CCTV를 점검하고 있다.뉴스1
우리나라에서 힘이 가장 센 직역이 의료계이다. 의료계에는 의사협회, 한의사협회, 약사협회, 간호협회가 있다. 또 병원협회, 제약협회 등 '어마무시한' 직역 단체들이 즐비하다. 이들을 산하에 둔 보건복지부는 바람 잘 날 없는 정부 부처로 정평이 나 있다.
2023년부터 수술실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의료법 개정안, 이른바 '권대희법'이 25일 본회의 의결을 앞두고 있다. 이 법안의 불씨는 지난 2016년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안면윤곽 수술을 받다가 사망한 '권대희 사건'이 피웠다. 단순 의료사고사로 끝날 뻔했지만 CCTV가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했다.
CCTV에는 3명의 환자를 동시에 수술하는 이른바 '공장식 수술'의 현장이 낱낱이 기록돼 있었다. 권씨 가족은 병원이 내놓은 CCTV 자료를 500번 돌려봤다. 경찰에 넘길 때까지 200번, 검찰에 송치한 이후 300번을 훑었다. 분초 단위로 정리한 빼도 박도 못할 증거자료를 제출했다.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는 국민과 의사 간 찬반이 극도로 갈리는 논쟁적 사안이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실시한 조사 결과 참여자의 97.9%가 찬성표를 던졌다. 그러나 대한의사협회 회원 의사 90%는 반대했다. 찬성하는 이유는 의료사고 입증책임 명확화, 대리수술 등 불법행위 감시, 안전하게 수술받을 환자의 권리, 의료진 간의 폭언·폭행 예방 등이다. 반대하는 이유는 의료진 인권침해, 진료위축 야기, 환자의 개인정보 유출, 불필요한 소송 및 의료분쟁 가능성, 의료인에 대한 잠재적 범죄자 인식 발생, 수술 시 집중도 저하 등이다.
권대희법은 의사협회를 상대로 힘 없는 의료소비자가 쟁취한 세계 최초의 쾌거이다. 모성애의 승리라고 할 수 있다.
권대희의 엄마 이나금씨는 의료정의실천연대를 설립해 싸웠다. 다윗의 매서운 돌팔매질을 제대로 맛 보여줬다. 말콤 글래드웰은 "세상은 거대한 골리앗이 아니라 상처받은 다윗에 의해 발전한다"고 설파했다.
joo@fnnews.com 노주석 논설실장
joo@fnnews.com 노주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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