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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팬 톡] 교토국제고 야구소년들의 뜨거운 여름

조은효 도쿄특파원 

[재팬 톡] 교토국제고 야구소년들의 뜨거운 여름
'야구팀 창단 20년, 전교생 131명.' 한국계 교토국제고 야구팀이 또 한번 일을 냈다.

100여년 역사의 일본 전국 고교야구 선수권 대회(고시엔)는 일본의 야구 소년들에게는 '꿈의 무대'다. 올봄 대회(봄철 고시엔) 때 처음 이 꿈의 구장을 밟은 교토국제고 야구 소년들이 여름 대회에도 처음 진출, 24일 8강에 안착했다. 일본 전역의 약 4000개 고교 야구팀 가운데 8개 팀이 우승을 향해 자웅을 겨루게 된 것이다. "팀의 기세가 멈출 기색이 보이지 않는다"(아사히신문), "교토국제고, 가장 먼저 고시엔 8강에 안착"(NHK) 실시간 속보기사가 타전됐다. 재일동포 사회는 물론이고 일본 야구계와 고교 야구팬들까지도 신흥 야구 명문고의 등장에 함께 들썩였다.

[재팬 톡] 교토국제고 야구소년들의 뜨거운 여름
교토국제고 선수들이 24일 일본 효고현 한신 타이거즈 구장에서 고시엔 여름 대회에서 2승을 거두며, 8강에 안착했다. 사진은 경기 시작 직전 모습. 코로나19 감염 확산 사태로 관중석이 대부분 비어있다. 사진=교토국제고 제공

재일동포 자녀들의 민족교육을 위해 지난 1947년 교토조선중학으로 개교한 이 학교는 1961년 한국 정부로부터 정식 인가를 받았다. 현재 일본에는 동경한국학교 등 총 4곳의 한국계 학교가 있는데, 그중 한 곳이다.

전교생 131명, '초미니' 학교인 이곳의 역사는 분투기 그 자체다. 학생수 급감으로 1990년대 심각한 운영난이 지속됐고, 선생님 월급까지 밀리는 사태가 빚어졌다고 한다. 애초에 야구팀을 만든 것도 어떻게든 폐교만은 막아보자는 절박한 상황에서 나온 아이디어였다. 그렇게 해서 1999년 야구부가 만들어졌지만, 시작은 초라했다. '0-34, 5회 콜드게임 패.' 첫 출전 성적표다. 현재도 학교 운동장이 작아서 외야수 훈련은 다른 곳에 가서 해야 할 정도로 어려운 환경이다.

2004년부터는 일본 문부과학성의 지원을 받아 일본 학생들도 받기 시작했다. 야구팀 역시 한일 학생들이 뒤섞여 '한 팀'을 이룬다. 교장은 한국 교육부 공무원 출신인 박경수씨, 야구팀 감독은 고마키 노치쓰구, 일본 사람이다. 학생들은 일본 국적이 60%, 한국이 40% 정도다. 귀화가정의 자녀, 또는 한일 부부의 자녀들도 상당수다. 야구가 좋아서 입학한 일본 학생도 있고, 또 야구 유학을 위해 한국에서 건너간 소년들도 더러 있었다.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의 내야수 신성현 선수가 이 학교 출신이다.

[재팬 톡] 교토국제고 야구소년들의 뜨거운 여름
교토국제고 선수들이 24일 일본 효고현 한신 타이거즈 구장에서 여름 고시엔 16강전을 치르고 있다. 이 학교 야구팀은 이날 8강 진출을 확정했다. 사진=교토국제고 제공

고시엔 전통상 출전한 학교의 교가가 울려퍼지고, NHK를 통해 이 모습이 생중계된다. 일본 학생들도 "동해"로 시작하는 한국어 교가를 따라 부른다. 고마키 감독은 "한국어 교가가 어렵다고 말하는 선수들이 대부분이지만 마스터하려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이날 오전 승리를 확정짓자 트위터 재팬에는 교토국제고 관련 트윗이 일시 봇물을 이뤘다. 트위터 재팬 트렌드 상위에 랭크되기도 했다. 야후재팬에 따르면 교토국제고 관련 트윗의 72%가 긍정적 반응, 28%가 부정적 반응인 것으로 나타났다. 28%에 속하는 혹자는 "동해와 야스쿠니가 대결을 이뤘다"고 했다. 교토국제고 교가 가사에 '동해'가 등장하는데, 이날 상대팀인 니쇼가쿠샤대학 부속고가 도쿄 지요다구 야스쿠니 신사 옆에 위치해 교가에 야스쿠니가 나오는데, 이를 빗댄 것이다. 또 다른 혹자는 "고시엔이 언제부터 국제대회가 됐냐"면서 한국어 교가에 불편한 시선을 그대로 드러냈다.

교토국제고의 활약상이 커질수록, 일본 내 견제의 시각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일 고교 야구팀이 넘어야 할 새로운 산이다. "1승만 해도 기적"이라던 교토국제고가 이제는 "고시엔 우승"을 말하고 있다. 26일 오전 8시 고시엔 구장에서 '한일 야구 소년들'이 4강 진출이란 기적을 만들어낼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