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올들어 공개석상에서 분배에 중점을 두고 공동 부유를 언급하는 빈도가 잦아지고 있다. 사진은 중국 방송 화면에 비친 시 주석의 연설 장면. /사진=뉴스1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올 들어 '공동 부유'란 수사를 부쩍 자주 거론 중이다. 2012년 집권할 당시 내건 국정운영의 핵심 슬로건으로 '다 같이 잘살자'는 구호다. 23일 미국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올해 이를 65차례나 입에 올렸다. 2016년 16회, 2019년 6회, 2020년 30회 언급한 것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시 주석은 내년 가을 공산당 당대회에서 세 번째 집권에 도전한다. 종신집권한 초대 주석 마오쩌둥 이래 유례없던 일이다. 마오에 이어 실권자가 된 덩샤오핑은 주석·총리가 연임만 가능한 집단지도체제를 꾸려 개혁·개방을 이끌었다. "먼저 부자가 될 사람은 되라"는 선부론(先富論) 깃발을 들고 이른바 낙수효과를 기대하면서다.
이후 중국은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했으나, 소득이 기대만큼 낙숫물처럼 고루 퍼지진 않았다. 4세대 지도자 후진타오 주석은 극심한 소득격차를 해소하겠다며 균부론(均富論)을 표방했다. 이보다 더 분배를 강조하는 '공동부유론'은 마오가 제창한 공부론(共富論)의 시즌2인 셈이다. 앞으로 소득격차를 줄이는 1차 분배뿐 아니라 "세금과 사회보장제도를 통한 2차, 부유층·기업의 자발적 기부를 통한 3차 분배 등이 이어질 것"(딩솽 스탠다드차타드 수석이코노미스트)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부유층·기업 재산의 사회환원이란 방편이 시 주석의 장기집권과 맞물려 있음을 눈치챘음일까. 텐센트 등 6대 빅테크 기업들은 '자발적으로' 약 30조원을 기부했다. 파장은 해외 기업들에도 미쳤다.
명품시장을 단속한다는 소문에 부유층이 몸을 사리면서다. 일주일 새 LVMH, 에르메스, 케링의 시가총액 약 75조원이 사라질 정도로….
이를 보면 마오 시절의 실패경로를 답습하는 느낌이다. 모든 인민이 잘살도록 한다며 대약진운동을 펼쳤지만 수백만명이 아사하는 참사를 불렀듯이 …. 시장경제가 만능일 수 없지만, 중국이 개혁·개방 이전으로 돌아가는 게 답은 아닐 듯싶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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