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맥 투여로 편의성 증대…심부 종양 도달해 적응증 확대 가능
[파이낸셜뉴스] 상장폐지 위기에 몰렸던 신라젠이 재기에 나선다. 신라젠은 면역항암제 '펙사벡'을 앞세워 한때 시가총액이 10조원을 넘어 한국 바이오벤쳐 성공 신화를 썼지만 전 경영진의 배임 등의 혐의로 주식 거래가 정지되는 등 존폐 기로에 몰렸었다. 하지만 최근 철강 제품 제조 업체 엠투엔이 구원 투수로 등장하면서 신라젠이 경영정상화는 물론 거래 재개 초읽기에 들어갔다.
■엠투엔이 주목한 플랫폼 'SJ-600'
26일 업계에 따르면 상장폐지 위기에 몰린 신라젠을 구원한 파이프라인은 신규 플랫폼 SJ-600이다. 새로운 최대주주인 엠투엔과 미국 신약개발 전문가들로 구성된 Greenfire Bio(GFB)는 신라젠의 플랫폼 SJ-600의 시장성을 높이 평가해 구원투수로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SJ-600은 정맥투여 효율을 크게 향상하고자 개발한 신라젠의 차세대 파이프라인 백본이다.
대부분의 항암 바이러스는 종양내 직접투여하는 방식이다. 보다 좋은 효과를 위해 병변에 직접 주사를 해야하는데 의료진은 반복적인 트레이닝으로 숙련도를 높여야 한다. 투약을 받는 환자도 매회 통증을 감수해야 한다. 대신 정맥투여 방식은 항암 바이러스 주입에 있어서도 많은 강점이 있다. 항암 바이러스를 사용해야하는 의사와 환자 모두에게 투약이 편하다는 점이다.하지만 항암 바이러스가 정맥으로 주입되면 선천적 면역 반응에 의해 상당부분 제거돼 효능을 100% 발휘하기 어려운 한계점이 있다. 이를 극복한 것이 플랫폼 SJ-600이다.
SJ-600은 혈중 항바이러스 물질을 저해하는 단백질을 바이러스 외피막에 직접 발현하도록 설계됐다. 정맥으로 투여해도 몸의 면역 반응을 피해 더 많은 양의 항암 바이러스가 신체 구석구석으로 전달될 수 있다. 정맥투여가 가능하기 때문에 심부 종양에도 도달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심부 종양 도달은 곧 적응증 확대로 이어진다. 회사측은 SJ-600이 출시에 성공하면 언맷니즈(Unmet needs) 시장 진출이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신라젠 관계자는 "엠투엔과 GFB가 신라젠 인수를 위한 실사 과정에서 주목했던 파이프라인은 SJ-600이며, 개발을 위한 청사진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면역 활성화 통해 장기간 재발 방지
기존 직접투여 방식은 암이 발생한 장기 주변으로 퍼진 암세포를 찾아 치료하기 어렵다. 전이된 암의 경우 미세한 크기로 외형상 드러나지 않아 직접 주사하기 어렵다. 암 투병 과정을 두고 '전이와의 싸움'으로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SJ-600은 정맥으로 투여돼 암세포를 선택적으로 살상하는 과정에서 수지상세포를 활성화시킨다. 백본에 탑재한 GM-CSF가 수지상세포, 대식세포 등을 보다 활성화 시켜 T세포와 같은 면역세포들을 교육(항암 면역 반응)시킨다. T세포는 다른 면역 세포에 비해 수년간 학습효과를 기억하는게 특징이다.
한번 학습한 암종에 한해서 짧은 기간 재발을 방지하는 효과를 가진 타 약물에 비해 SJ-600은 면역 활성화를 통해 많음 암종을 상대할 수 있고, T세포에 의해 장기간 재발을 막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유전자 재조합이 용이한 백본은 다양한 항원을 탑재해 암종을 타게팅 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심부에 닿을 수 있어 췌장암이나 난소암 등 직접 주사가 어려웠던 암종까지 겨냥할 수 있는 강점도 있다.
신라젠 관계자는 "SJ-600은 항암 바이러스 효능을 높이면서도 다수의 암종을 대상으로 개발이 용이하고, GM-CSF를 통해 수지상세포를 자극해 미세 전이암부터 재발 방지까지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라젠은 아직 기초단계에 있는 SJ-600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엠투엔의 미국 자회사 Greenfire Bio 및 신라젠 SAB(Scientific Advisory Board)를 통해 임상의 전반적인 모든 과정을 검증한다는 계획이다.
hsk@fnnews.com 홍석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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