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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국경없는 기자회

[fn스트리트] 국경없는 기자회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26일 국경없는기자회(RSF)의 언론중재법 비판에 대해 ‘뭣도 모른다’라고 표현해 논란이 커지자 “영문으로 우리 입장을 잘 정리해서 직접 보내려고 한다”고 말했다.사진은 25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한 송 대표. /사진=뉴스1
'국경없는 기자회'(프랑스어 Reporters sans frontieres). 언론의 자유를 보호하는 활동을 하는 세계적 비정부기구다. 1999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국경없는 의사회'와 이름도 비슷하지만, 전 세계에 걸쳐 투옥된 언론인들을 변호하는 역할 등으로 지난해 노벨평화상 후보에 올랐었다.

RSF가 언론중재법 개정안 강행을 둘러싼 대치 정국에 소환됐다. 25일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RSF의 언론중재법 비판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뭣도 모르니까…"라고 답했다. RSF를 폄하하는 뉘앙스로 들리면서 논란이 커지자 송 대표 측은 "'뭐 또 모르고…'라고 한 말을 오해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과거 민주통합당 이종걸 최고위원이 당시 새누리당 박근혜 대표를 "'그년' 서슬이 퍼레서…"라고 비난했다가 역풍이 불자 "'그녀는'의 줄임말"이라고 눙치던 기억이 되살아났다.

RSF도 가만있지 않았다. 25일 세드릭 알비아니 동아시아 지부장은 "한국엔 RSF 특파원 3명이 상주하며 각종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최대 5배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민법적 배상이 아닌 형사처벌에 가깝다는 등 여당안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내용도 잘 모르면서 비판하는 게 아니란 반론이었다.

이에 송 대표는 26일 "영문으로 우리 입장을 잘 정리해서 (RSF 측에) 보내려고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괜한 수고를 하는 인상이다. RSF 말고도 국제기자연맹(IFJ)과 세계신문협회(WAN) 등 주요 국제언론단체들이 한목소리로 한국의 '언론재갈법' 강행에 우려를 표시하고 있어서다. 심지어 미국기자협회 측도 "이 법안이 통과되면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첫 사례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들도 죄다 '뭣도 모른다'며 무시할 것인가.

현 여권은 야당 때 RSF가 국가별 순위를 매긴 '세계언론자유지수'를 근거로 정부의 언론정책을 맹공했었다. 그러니 "이 법안을 밀어붙이면 민주당이 지켜왔던 가치가 훼손된다"(조응천 의원)는 자성론이 나왔을 게다. 여당이 초심을 되찾을 때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