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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거들랑… 은행에 뒷일 맡겨놨다" 집안 '유산싸움' 막는 유언대용신탁이 뜬다 [고령화시대의 상속법]

살아선…자산관리로 금전 수익
죽어선…상속'미리설계'분쟁예방
작년 2兆 육박하는 시장으로
은행들도 신탁상품 쏟아내

"내가 가거들랑… 은행에 뒷일 맡겨놨다" 집안 '유산싸움' 막는 유언대용신탁이 뜬다 [고령화시대의 상속법]
우리나라가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유언대용신탁시장'도 덩달아 달아오르고 있다. 시중은행이 고령화 시대를 맞아 고액 자산가를 중심으로 시장선점에 열을 올리고 있는 분위기다. 유언대용신탁은 은행에 금전을 신탁해 은행이 자금을 관리하다가 고객의 신변에 변화가 생길 때 일정 비용을 지급해주고, 고객 사후에는 신탁 계약에서 미리 지정한 상속인에게 신탁자금을 안전하게 상속까지 해주는 상품이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등은 유언대용신탁 상품이나 서비스를 경쟁적으로 출시하면서 시장경쟁에 나서고 있다.

이는 지난 2017년 전체 국민의 14%가 65세 이상인 고령 사회에 진입한 이후 3년 내로 전체 국민의 20%가 65세 이상인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는 데 따른 행보다.

특히 급속한 고령화로 65세 이상 노인 인구 중 치매 환자로 추정되는 인원은 작년 기준 75만명에 달하며, 65세 이상 치매 환자 1인당 연간 관리 비용은 약 2042만원으로 추정된다. 향후 10년 내로 전체 인구의 6%가 치매 인구가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상속 분쟁이라 할 수 있는 유류분 반환 청구 소송이 10년 사이 약 5배 증가하는 것도 작용하고 있다. 유류분은 유언을 제한하는 제도로 유언자의 의사만으로는 남은 가족의 생활 안정을 해칠 우려가 있기에 상속인이 법률상 반드시 취득하도록 보장돼 있는 몫을 뜻한다.

국내 유언대용신탁시장은 4대 시중은행 실적을 기준으로 지난 2018년 기준 연간 600억원, 2019년 연간 8000억원, 2020년 연간 1조5000억원 등으로 매년 가파르게 성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들은 유언대용신탁시장 선점을 위해 발 빠르게 나서고 있다.

먼저 KB국민은행도 세대 간 안정적인 자산 이전을 위한 상속설계 브랜드인 'KB 위대한유산'을 통해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는 기존 상속·증여 관련 신탁상품과 전문 상담을 포괄하는 종합 자산승계 서비스다. 국민은행에 소속된 관련 전문가 집단이 '위대한유산' 신탁 가입자를 대상으로 위탁자와 사후 수익자의 연령, 재산 상황, 가족 관계 등을 고려해 세무·법률, 부동산, 가업승계 컨설팅 상담과 서비스를 종합적으로 제공한다.

신한은행의 경우 '신한 S Life Care 상조신탁'을 새롭게 선보이면서 경쟁에 가세했다. 이는 고객이 상조회사를 사후수익자로 지정해 은행에 금전을 신탁하고 본인 사망 시에 유가족이 상조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한 신탁 상품이다. 가입자가 납입한 금전으로 상조서비스 비용을 결제하기 때문에 유가족의 부담을 덜 수 있다. 상조서비스를 위한 금전을 은행에 맡기기 때문에 상조회사의 휴·폐업 및 계약 미이행 위험 등과 관계없이 고객의 납입금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다.

하나은행은 보급형 상속신탁상품 형태를 지닌 '가족배려신탁'을 내놨다.

이는 고객이 본인 사망에 대비해 장례 비용을 포함한 금전재산을 은행에 신탁하고 귀속 권리자를 미리 지정하면 은행은 별도의 유산분할 협의를 거치지 않고 신속하게 귀속 권리자에게 신탁된 금전 재산을 지급한다.


우리은행은 고객 재산을 사전에 지정된 상속자에게 안전하게 승계될 수 있도록 하는 '시니어플러스 우리안심신탁'을 선보였고, 올해 초에는 신탁부 산하에 '뉴트러스트팀'이라는 조직을 신설하기도 했다. 기존 신탁부 산하에서 유언대용신탁 등 상속 관련 신탁 업무를 담당하던 인력을 한데 모아 상품과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유언대용신탁은 초고령화 시대에 미리 죽음을 준비하는 자산관리형의 신탁상품이지만 해외와 달리 국내에선 홍보 부족으로 인지도가 낮은 편이었다"면서 "최근 은행들이 기존에 잘 접근하지 않았던 신탁 시장에 적극 진출하려는 것은 신탁의 대중화 및 국민들의 삶의 질 개선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kschoi@fnnews.com 최경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