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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로 당뇨 진단 '스마트 콘택트렌즈' 나왔다

GIST 정의헌·한양대 이동윤 교수
눈물 속 포도당 농도 높을수록
스마트렌즈 색깔 노랗게 변해
혈액 채취 침습형 번거로움 없애고
인체 무해 효소 활용 안정성 높여

눈물로 당뇨 진단 '스마트 콘택트렌즈' 나왔다
스마트 콘택트렌즈가 당뇨 있는 토끼눈에서 노란색으로 변했다. 이동윤 교수 제공
토끼 눈에 스마트 콘택트렌즈를 씌워주자 눈이 수초만에 노란색으로 변했다. 노랗게 변한 토끼의 눈을 카메라로 촬영한 사진으로 분석 프로그램을 돌리자 눈물 속 포도당의 양을 알아냈다.

광주과학기술원(GIST) 의생명공학과 정의헌 교수와 한양대 생명공학과 이동윤 교수가 눈물로 당뇨를 진단할 수 있는 스마트 콘택트렌즈와 당 측정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매번 손가락에서 피를 뽑아내 혈당을 측정하는 번거러움을 해결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이 기술은 전자센서가 아닌 효소 반응으로 일어나는 색변화를 이용해 안전하다.

■혈당-누당 연관성 입증

정의헌 교수는 30일 "이는 기존 당뇨진단 방식의 가장 큰 단점인 침습형 측정을 대신할 수 있는 기술로, 향후 딥러닝기술과 바이오빅데이터를 활용한다면 일상에서 보다 편리하게 당을 측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우선 혈액 속 포도당(혈당)과 눈물속 포도당(누당)의 상관관계를 알아보기 위해 실험쥐를 이용해 측정했다.

측정 결과 당뇨에 걸린 실험쥐의 혈당은 200㎎/㎗(미리그램/데시리터)로, 누당은 0.9mM(밀리몰)이 나왔다. 일반 실험쥐의 혈당은 100㎎/㎗, 누당은 0.3mM로 측정됐다.

또한 당뇨환자의 눈물을 기증받아 실험한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 실험으로 당뇨병 환자의 경우 혈중 포도당 수치가 높아지면 눈물에서도 포도당의 수치가 높아진다는 것을 증명했다.

■포도당 만나면 노란색으로

한양대 이동윤 교수팀이 스마트 콘택트렌즈를 개발했다. 이 교수는 콘택트렌즈 속에 무기물로 된 금속 성분의 세륨 나노입자를 넣었다. 이 나노입자는 포도당과 만나면 효소 반응이 일어나 노란색으로 변한다. 연구진은 사람의 눈 크기와 비슷한 토끼를 이용해 스마트 콘택트렌즈를 실험했다. 당뇨에 걸린 실험용 토끼에 이 렌즈를 씌운 결과 수초만에 노란색으로 변했다. 이동윤 교수는 "포도당의 농도가 높을 수록 콘택트렌즈의 노란색이 더 진하게 변한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가 개발한 스마트 콘택트렌즈 말고도 다른 과학자들도 눈물의 포도당을 측정하는 기술을 개발한 바 있다. 하지만 대부분이 전자센서를 이용하는 방식이다. 콘택트렌즈에 IC반도체칩과 와이파이 안테나 등이 들어가 있어 독성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 교수는 인체에 무해한 나노입자를 이용했으며, 렌즈 하나당 수십에서 수백 마아크로그램 정도뿐이어서 안전하다.

■스마트폰 사진으로도 당 분석

다음으로 정의헌 교수는 포도당에 의해 색이 변한 것을 수치로 측정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스마트 콘택트렌즈가 포도당 농도에 따라 노란색으로 변하는 정도의 차이가 있다는 것에 주목했다. 정 교수팀은 색변화의 정도를 정밀하게 촬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또한 안구의 흔들림에 따른 측정 오차를 최소화 할 수 있는 안구 추적 알고리즘도 개발했다. 정의헌 교수는 "이 시스템은 일반 스마트폰에 있는 카메라로 촬영한 사진만으로도 색 변화를 분석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국내 특허 2건을 출원했으며, 1건은 최근 등록됐다. 또한 미국에도 특허 출원을 해 놓은 상태다.

이동윤 교수는 "추후 임상실험을 통한 안전성 평가를 거친다면, 기존 방식보다 환자 부담을 최소화하고 간편하게 당뇨 자가 진단이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