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회, 환경영향평가서 동의안 심사 보류…JDC 2단지 조성사업 ‘제동’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 1단지 /사진=fnDB
[제주=좌승훈 기자]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제주시 월평동 일원 84만8000㎡ 부지에 추진 중인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 2단지 조성사업에 대해 하수처리와 산림훼손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도의회는 심도 있는 검토가 필요하다며 사업 추진에 제동을 걸었다.
이 일대는 해발 370~400m대로 중산간 자락에 해당된다. 그렇지 않아도 1단지의 경우 당초 목적과 달리 일부 부지의 용도를 변경해 공공 임대주택인 행복주택을 조성했다. 특히 산업시설 30만949㎡·연구시설 6만3300㎡·단독주택 2만6507㎡로 계획돼 있던 2단지 토지이용계획을 재해영향평가과정에서 저류지가 2개소를 3개소로 면적이 2만8205㎡에서 4만7978㎡로 확장되면서 단지의 심장이어야 할 연구개발(R&D)시설 면적이 대폭 축소됐다.
■ IT·BT·CT·ET…첨단산업 수요 부합 단지로 조성 한다더니
JDC는 총 2741억원을 투입해 IT(정보기술)·BT(생명공학기술)·CT(문화기술)·ET(환경공학기술) 등 첨단산업 수요에 부합하는 국가산업단지를 조성하고, 관련 기업과 공공 민간연구소를 유치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추진과정에서 연구시설 면적은 대폭 축소하고, 오히려 단독주택 시설 면적은 늘렸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위원장 강성의·더불어민주당)는 31일 제398회 임시회 중 회의를 열고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 2단지 환경영향평가서 협의 내용 동의안을 심사했다.
이날 의원들은 첨단과기단지 2단지 조성사업에 대해 하수처리와 산림훼손, 폐기물 처리 문제, 주변 학교 학습권 침해를 지적하고 나섰다.
먼저 고용호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첨단과기단지 2단지를 왜 비탈진 급경사지에 해야 하는 지 의문”이라며 “산업단지라면 차량 소통도 원활해야 하는데도, 산을 깎아 도로를 만들려고 하는지 의아하다”고 날을 세웠다. 이어 “현재 위치보다 내려와서 조성해도 되는데도, 굳이 경사가 있고 안개가 많이 끼는 최악의 지역을 예정지로 선정한 것은 땅 장사를 위한 게 아니냐”고 비판했다.
JDC 제2첨단과학기술단지 조성사업 조감도 /사진=fnDB
김희현 의원(더불어민주당)은 “JDC가 그동안 대규모 개발사업을 하면서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었으며, 환경파괴 요인에 대해 책임도 없지 않아 도민사회가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이라고 이해하길 바란다”며 “해발 400m 고지가 개발되면, 홍수 시 저지대로 피해가 이어질 수 있어 재해 저감 방안이 제대로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인근에 영주고등학교가 터잡고 있어 학습권 침해를 방지하기 위한 대안이 필요하다”면서 “조성사업이 4년 넘게 진행될 것인데, 학교·학생 안전 문제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하수 재활용 비율 저조…자체 폐기물 처리시설 필요 주문
송창권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첨단과기단지 2단지에 대해 재해영향평가를 받고 변경한 내용을 비교해 봤다. 첨단과기단지 조성이 국내외 유수한 첨단기업을 유치해 지역경제 발전을 도모한다는 취지인 만큼, 연구개발시설이 더 많아야 함에도 해당 면적이 줄었다. 반면 단독주택 부지는 2만6840㎡으로, 소폭이지만 오히려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고 꼬집었다.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 2단지 현장점검에 나선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
실제로 재해영향평가 결과가 반영된 토지이용계획에서 연구시설은 4만2717㎡로 당초 계획보다 32.5% 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단독주택 면적은 2만6840㎡으로 소폭 늘었다.
송 의원은 이에 대해 “첨단과기단지는 연구시설이 더 많아야 하는데도 재해영향평가를 거치면서 연구개발시설이 줄고, 단독주택 부지 면적이 늘어났다”면서 “재해를 예방한다면 다른 시설을 줄여야 하는데 왜 그 대상이 연구개발시설이냐”고 비판했다.
송 의원은 또 "2단지 하수 발생량이 하루 2300톤 정도로 예상되고 있음에도 중수도 사용 비중은 250톤으로 10%에 조금 못 미치면서, 다른 민간 사업자들과 비교해 일종의 특혜가 주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수도는 한 차례 사용한 물을 처리해 화장실용수·조경용수로 재사용하는 시설을 뜻한다.
송 의원은 “2단지 내 하수도의 중수도 처리 비율을 10%로 하겠다고 하는데 최근 다른 주택단지의 경우 공공 하수관로로 연결할 때 중수도 비율을 20~30% 요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상하수도본부에서 중수도 비율을 30%로 하지 않으면, 협의하지 않겠다는 식으로 주도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제주시 오등봉 도시공원 민간특례 개발사업의 경우 하수발생량이 1870톤으로 계획돼 있다. 사업자는 이 가운데 26%인 500톤을 중수도로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공공사업으로 추진되는 첨단과기단지 2단지 사업이 민간사업보다 중수도 비율이 더 낮은 것을 지적하고 나선 것이다.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 1단지 /사진=fnDB
■ 1단지 유휴부지 용도변경 행복주택 조성…임대사업 ‘눈총’
답변에 나선 최영락 JDC 운영사업본부장은 “첨단과기단지 1단지와 연계해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 2단지 예정지를 선정했다”라며 “땅장사 지적에 대해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학습권 침해 지적과 관련해 공감하고,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면서 “공사를 시행하면서 학습권과 안전이 침해되지 않도록 최대한 지원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안우진 제주도 상하수도본부장은 “공업용수 하수 발생량이 1500톤 정도 되기 때문에 중수도 처리를 10% 이상으로 정했지만, 다시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앞서 JDC는 1단지 내 입주기업 직원들의 자녀들을 수용하기 위한 학교용지로 계획된 부지 7만㎡ 중 4만9000㎡를 임대주택 부지로 전환했다. 당시 주택 구입이 어려운 대학생이나 신혼부부·사회초년생을 위해 저렴한 임대주택을 공급한다고 내세웠지만, 기업 유치가 부진하고 상당 면적이 유휴지로 남자 결국 공공 임대주택을 짓게 된 게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일각에선 “일반 서민들은 주택을 한 채 지으려고 해도 제도상의 각종 규제로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면서 “도심지에 녹지공간 확보를 위한 노력은커녕, 공공주택보다 더 공공성을 지닌 사업에 쓰여져야 할 부지가 당초 목적과 달리, 용도 변경을 비롯해 주객이 전도되어서는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jpen21@fnnews.com 좌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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