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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한외국인 200만 시대..."행장님! K-금융은 그림의 떡이에요"

재한외국인 200만명 육박
글로벌시대 맞춰 시중은행 글로벌 앱 제공
막상 외국인들 K-금융 편리함 체감 못해
산발적 앱, 까다로운 본인인증 불편 호소
"외국인 포용 시스템 필요" 

재한외국인 200만 시대..."행장님! K-금융은 그림의 떡이에요"
2년째 한국에서 영어 교사로 일하고 있는 미국인 리나 코도르가 8월 31일 휴대폰에서 금융 관련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고 있다. 사진=김준혁 인턴기자
[파이낸셜뉴스] #. 2년째 한국에서 영어교사로 근무 중인 미국인 리나 코도르는 한국 정착 초기 영어버전 애플리케이션(앱)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그는 지금도 배달 음식을 시키거나 온라인 쇼핑을 할 땐 시중은행·카드 앱보다 페이코나 카카오페이를 선호한다. 그는 디지털금융 이용이 어려워서 현금자동인출기(ATM)를 통해 현금을 뽑을 때도 많다. 모바일뱅킹을 이용하기 위해 필요한 공동인증서와 같은 본인인증 절차는 그에게 최대 난관이다. 인터넷이나 모바일로는 도저히 시도조차 할 수 없어 은행을 직접 방문해야 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은행 측에선 "원활한 작업을 위해 되도록 한국인과 동행해 달라"는 답변을 받았다. 정착 초기 한국에 아는 이가 많지 않던 탓에 난감했다. 그는 지금도 공동인증서 등 본인 확인 관련 문제가 생기면 걱정부터 앞선다.

이는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200만명 가량의 외국인들이 겪고 있는 'K-디지털 뱅킹'의 현주소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들이 사용할 수 있는 비대면 디지털 뱅킹 서비스를 속속 내놓고 있지만, 정작 외국인들은 한국어에 익숙하지 않거나 절차가 까다로워 디지털 금융에 적지 않은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가 발표한 2021년 7월 통계월보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 수는 197만명 이상으로 매년 늘어나고 있지만, 국내 시중은행들의 디지털금융은 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은행 앱, 산발적·설정 복잡해 혼란
먼저 외국인들은 시중은행마다 산발적으로 운영되는 앱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은행마다 통일된 하나의 앱이 효율적이라는 게 외국인들의 설명이다. 한 국내 거주 외국인은 "은행을 영어로 검색하면 관련 글로벌 앱 3, 4개가 있어 어떤 앱을 내려받아야 할지 헛갈렸다"면서 "앱을 하나씩 내려받아 스스로 선별해야 했다"고 토로했다.

KB국민은행의 경우 'KB Kookmin Bank'로 검색을 하면 글로벌뱅킹 앱 관련 'KB Global Banking'만이 나왔지만, 다른 한국어 전용 앱들도 함께 등장했다. 신한은행의 경우 'Shinhan Bank' 검색 결과 'SOL알리미', '신한 SOL Global', '(구)Shinhan Global S Bank' 등이 등장했다. 하나은행도 앱에서 'KEB Hana Bank'를 검색하자 상단부터 '하나원큐', 'Hana EZ', 'MyHana Mobile Banking', '1Q bank global' 등이 등장했다. 우리은행도 'Woori Bank'를 검색할 경우 'Woori Global Banking', 'Global Woori WON Banking' 등이 동시에 나왔다. IBK기업은행의 경우 'IBK Bank'를 입력하면 'i-ONE Bank Global', 'GLOBAL BANK - IBK기업은행' 등이 나타났다.

특히 '신한=SOL', 'KB=스타', '하나=1Q', '우리=WON', 'IBK= i-ONE' 등과 같이 한국인에게 익숙한 일종의 모바일뱅킹 공식이 외국인들에게는 낯선데다, 검색 결과에 한국어로 표기된 앱까지 나와 외국인들이 헛갈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 뿐 아니라 영어 설정이 불편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또 다른 국내 거주 외국인은 "영어 설정 방법이 복잡해 처음에 해석 프로그램을 이용해 앱을 사용해야 했다"고 토로했다.

■"본인인증은 디지털 금융 장벽"
외국인들이 디지털금융을 이용하면서 겪은 가장 높은 장벽은 본인 확인 절차다. 공동인증서 온라인 발급이 주민등록번호가 없고 의사소통에 비교적 어려움을 느끼는 외국인들에겐 높은 벽으로 여겨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외국인들은 비대면을 포기한 채 은행을 직접 방문하는 사례가 많다.

국제교류 재단에서 상담원으로 근무 중인 인도네시아인 달리아는 "앱을 이용하기에 앞서 본인 확인 절차조차 통과하기 어려워하는 외국인들이 많다"면서 "은행을 비롯해 한국 정부에서도 이런 점들을 고려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은 "자국엔 공동인증서와 같은 본인 인증 서비스가 없는 외국인들이 한국의 디지털 금융을 이용할 때 겪는 제일 큰 어려움이 본인 확인 문제"라면서 "외국인에게 보다 포괄적이고 포용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때 국내 은행들이 진정한 글로벌 은행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kschoi@fnnews.com 최경식 기자 , 김준혁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