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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학 채용필기 '교육청 위탁' 의무화… "인사권 침해" 반발

사립학교법 개정안 통과 후폭풍
법인연합 "당사자와 협의 없었다"
헌법소원 등 법적대응 나서기로
교원 인건비 등 세금으로 운영
교육당국 "채용비리 감독은 당연"

사립 초중고교에서 교사를 채용할 때 1차 필기시험을 교육청에 위탁하도록 한 사립학교법 개정안이 지난 8월 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가운데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사학들이 사립학교법 개정에 대한 헌법소원과 행정조치 거부를 예고하고 나선 것. 이에 따라 법안 통과에도 불구 교육당국과 사학간 갈등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채용 필기, 교육청 위탁에 사학 반발

이날 교육부 등에 따르면 사립학교가 신규 교원을 선발할 때 1차 시험인 필기시험을 각 시도교육청에 위탁하는 내용의 '사립학교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현행 사립학교법에 따라 사학은 필요한 경우 교육청에 교원 채용 전형을 위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이를 자율에 맡기지 않고 의무화하는 것이다.

그동안 사학의 교사 채용 공정성과 투명성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면서 사학이 교육청에 교원 채용 전형을 위탁하는 흐름이 확대되고 있다. 2017년 38.5%였던 교원 채용 위탁비율은 지난해 4월 67.2%까지 늘었다. 각 시도교육청도 교원 채용 전형을 위탁한 사학에 지원금을 주는 방식으로 위탁을 유도해 왔다.

하지만 이를 의무화하는 법안이 통과되면서 사학들이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한국 기독교 사학 법인연합체인 사학법인미션네트워크와 한국사립초중고등학교법인협의회 등은 이번 법안이 건학 이념을 구현하기 위한 학교법인의 고유한 인사권을 침해하는 것과 동시에 초법적이고 위헌적이라는 입장이다.

사학단체 관계자는 "교육의 한 축을 담당하는 사학경영인 당사자와는 협의 한번 없이 교육위·법사위에서 야밤에 단독으로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입법과 정책의 절차적 정당성이 훼손됐다"며 "사립학교법이 철폐될 때까지 위헌 헌법소원 등 법적 대응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채용 비리 척결 불가피

반대로 채용비리 척결과 사립학교 인건비가 세금으로 지급된다는 점에서 사립학교법 개정안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진보 교원단체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교육계에 따르면 사립학교의 재정은 전적으로 국민의 세금에 의존하고 있다. 무상교육이 고등학교까지 확대됨에 따라 대부분의 사립학교의 경우 시도교육청으로부터 막대한 재정결함보조금을 지급 받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의 2021학년도 사립학교 재정결함보조금 지원계획에 따르면 사립학교 인건비와 운영비에 총 1조3000억원이 소요되며 이중 인건비가 1조2000억원에 이른다. 서울시교육청은 사립 교직원 1만6805명(교원 1만5245명, 사무직원 1560명)의 인건비를 감당하고 있다.

사립학교 교원의 인건비는 세금으로 지급되고 있다는 점에서 납세자로부터 교원의 채용에 관한 관리 감독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 서울에 있는 사립 중고교 총 309개 중 교육청의 지원을 받고 있는 학교는 89%에 이르는데, 이를 두고 자율성을 운운하는 것은 재정을 지원받을 권리만 주장하고 의무는 이행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무책임한 처사라는 주장이다.


또 사립학교 교원 채용 공개전형이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이뤄지지 못하거나 형식적인 절차를 거치는 경우가 적지 않아 채용비리가 끊이지 않는 것도 문제로 제기된다. 일부 사학의 경우 발전기금 명목으로 뒷돈을 요구하는 등 비리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교사노조 관계자는 "사립학교 교원 채용 공개전형이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이뤄지지 못하거나 형식적인 절차를 거치는 경우가 적지 않아 채용비리가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며 "공립학교 운영 또한 자율성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교원 채용이 학교 자율성을 침해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말했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