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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대리점주 극단 선택 "하루하루 지옥 같았다"

A4 용지 2장 분량 유서 남겨, 노조원들과 갈등 담겨
택배기사로 시작해 성실함으로 대리점까지 운영

택배 대리점주 극단 선택 "하루하루 지옥 같았다"
【파이낸셜뉴스 김포=장충식 기자】 경기 김포에서 택배대리점을 운영하던 40대 점주가 노조원들과의 갈등으로 극단적 선택을 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특히 그가 남긴 "하루하루 지옥 같았다"는 유서 내용이 공개되면서 파장이 일고 있으며, 주변의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1일 김포의 한 택배 터미널에는 전날 생을 마감한 택배대리점 점주 A씨의 분향소가 마련됐다.

앞서 김포경찰서는 전날인 8월 31일 오전 11시 53분께 김포시 한 아파트 화단에 40대 A씨가 쓰러져 있는 것을 이 아파트 직원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A씨는 119구급대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았지만 끝내 숨졌다.

A씨는 김포에서 CJ대한통운 택배대리점을 운영하는 점주로 확인됐으로, A씨의 옷 주머니에서는 A4 용지 2장 분량의 유서가 발견됐다.

유족 측이 공개한 유서에 따르면 그는 "처음 경험해본 노조원들의 불법 태업과 쟁의권도 없는 그들의 쟁의 활동보다 더한 업무방해, 파업이 종료되었어도 더 강도 높은 노조 활동을 하겠다는 통보에 비노조원들과 버티는 하루하루는 지옥과 같았다"고 심경을 밝혔다.

이어 "지쳐가는 몸을 추스르며 마음 단단히 먹고 다시 좋은 날이 있겠지 버텨보려 했지만 그들의 집단 괴롭힘,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태업에 우울증이 극에 달해 버틸 수 없는 상황까지 오게 됐다"고 호소했다.

분향소를 지키는 A씨의 동료 대리점주들은 그가 노조 때문에 억울하게 생을 마감했다고 주장했다.

CJ대한통운 택배대리점연합회에 따르면 그는 과거 택배업체 대한통운(현 CJ대한통운)에서 택배 배송 기사로 일하며 택배업을 시작했다.

이후 성실함을 인정받아 2008년에는 회사 측의 제안으로 김포시 장기동에 택배대리점을 차리고 운영을 시작했다.

대리점은 소규모였지만 김포지역에 신도시가 속속 들어서면서 배송물량이 늘어 인원도 18명까지 늘었다.

특히 올해에는 추가로 늘어난 장기동 택배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배송지역 공개입찰을 준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4월 말께 일부 택배기사들이 수수료율을 기존 9%에서 9.5%로 올려달라고 요구하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이곳 택배기사는 임금 근로자가 아닌 개인사업자로, 택배 배송 건수에 따라 이익을 얻기 때문에 수수료율이 상승하면 더 많은 수익을 가져갈 수 있다.

그러나 A씨가 요구를 들어주지 않자 이들 택배기사는 지난 5월께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조에 가입하고 택배 배송을 거부하는 등 집단행동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와 갈등이 심화하고 배송 지연 사례가 늘자 A씨는 대리점 운영일을 하면서 직접 택배 배송에도 나서며, 노조원들이 배송을 거부한 택배까지 배송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대리점 운영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고 노조의 압박은 계속되면서, 극단적 선택을 하기에 이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편, 전국택배노조 관계자는 "지금은 상중인 관계로 노조원들의 입장 표명은 자제하고 있다"며 "'불법 파업' 등 진위를 다투는 문제에 대해서는 추후 기자회견 등으로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한편, 전국택배노동조합은 대리점주 극단적 선택의 원인을 원청사인 CJ대한통운의 탓으로 돌리고 있다.

택배노조 관계자는 "비극적 사건에 깊은 애도를 표하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며 "현재 관련한 사실을 확인하고 있다. 자체 조사를 통해 책임져야 할 일이 있다면 책임질 것이고 경찰 조사가 진행된다면 성실히 응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이번 장기대리점과 노동조합의 갈등은 수 년간 거의 지켜지지 않는 수수료 정시 지급 문제에 있다.
그동안 CJ대한통운 측에 시정 및 감사를 요청했지만 아무런 해결이 되지 않았다"며 "택배 표준약관과 원청 상품규정에 위반된 상품들에 대해 조합원들이 개선을 요청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원청사가 자신들의 이윤을 위해 약관을 위반하면서까지 물품배송을 계약하고 노동조합이 이에 대해 시정을 요청하면 지점(본사)은 책임지지 않았다"며 "그 책임을 대리점에게 전가해 을과 을의 싸움으로 만들어왔다. 그 과정에서 안타까운 일이 생긴 것"이라고 덧붙였다.

jjang@fnnews.com 장충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