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

김포 택배대리점주 자살…노조갈등 격화

김포 택배대리점주 자살…노조갈등 격화
김포 택배대리점주가 남긴 유서. CJ대한통운 택배대리점연합회 제공

【파이낸셜뉴스 김포=강근주 기자】 김포에서 CJ대한통운 택배대리점을 운영하던 40대 점주 A씨가 노조와의 갈등을 토로하는 유서를 남긴 채 극단적 선택을 했다. 유서에는 고인이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조에 가입한 대리점 구성원을 원망하는 내용이 담겨 파장은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1일 김포경찰서에 따르면 8월30일 오전 11시53분쯤 김포시 한 아파트 화단에 40대 A씨가 쓰러져 있는 것을 이 아파트 직원이 발견해 신고했다. 출동한 119구급대가 인근 병원으로 옮겼으나 A씨는 끝내 사망했다.

CJ대한통운 택배대리점연합회에 따르면 A씨는 과거 대한통운(현 CJ대한통운)에서 택배 배송기사로 일하며 택배업에 뛰어들었다. 성실함을 인정받아 2008년 회사 제안으로 김포시 장기동에서 택배대리점 운영을 시작했다.

대리점은 김포에 신도시가 속속 들어서면서 배송물량이 늘어 규모가 점차 커졌다. 인원도 18명까지 늘어났다. 그러나 4월 말께 일부 택배기사가 수수료율을 기존 9%에서 9.5%로 올려달라고 요구하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이곳 택배기사는 개인사업자여서 택배 배송 건수에 따라 이익을 얻는다. A씨가 요구를 들어주지 않자 이들 택배기사는 지난 5월께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조에 가입하고 택배 배송을 거부하는 등 집단행동을 벌였다. 노조원도 12명까지 늘렸다. 노조와의 갈등이 심화하고 배송지연 사례가 늘자 A씨는 직접 택배 배송에도 나섰다.

그런데도 배송물량이 줄지 않자 A씨는 가족까지 동원해 주말에도 택배 배송을 했다. 하지만 대리점 운영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고 노조 압박은 계속됐다. 급기야 A씨는 8월30일 김포 한 아파트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옷주머니에선 A4 용지 2장 분량 유서가 발견됐다.

유족 측이 공개한 유서에 따르면 A씨는 "노조원 불법 태업보다 더한 업무방해, 파업이 종료됐어도 더 강도 높은 노조 활동을 하겠다는 통보에 비노조원들과 버티는 하루하루는 지옥과 같았다"고 토로했다.

이어 "마음 단단히 먹고 다시 좋은 날이 있겠지 버텨보려 했지만 그들의 집단 괴롭힘,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태업에 우울증이 극에 달해 버틸 수 없는 상황까지 오게 됐다"고 덧붙였다.

CJ대한통운 택배대리점연합회 관계자는 “A씨는 지난 4월말 노조에 가입하고 불법 태업에 나선 구성원들과 갈등을 빚다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며 “유족과 함께 이들을 경찰에 고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국택배노조는 입장문을 통해 “A씨와 노조 갈등은 수년간 지켜지지 않은 수수료 정시 지급 문제에 대한 개선을 요청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원청은 책임을 대리점에 전가하며 을과 을의 싸움으로 만들어 왔다”고 주장했다.


또한 “택배대리점연합회가 주장하는 내용에 대해 확인하고 있으며 자체 조사를 통해 책임질 일이 있다면 책임지겠다. 경찰 조사에도 응하겠다”고 밝혔다.

김포경찰서 관계자는 “CCTV 영상 확인 결과 A씨는 이 아파트 고층에 올라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며 “유족이 수사를 의뢰하면 유서 내용에 관해 확인해볼 방침”이라고 말했다.

kkjoo0912@fnnews.com 강근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