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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미제 장갑차 타고 칸다하르서 승전행진

[파이낸셜뉴스]
탈레반, 미제 장갑차 타고 칸다하르서 승전행진
아프가니스탄 카불공항에서 미군이 철수를 완료한 이튿날인 8월 31일(현지시간) 탈레반이 군용기 앞을 걸어가고 있다. 로이터뉴스1

탈레반이 1일(이하 현지시간) 미국제 장갑차량들과 새로 포획한 무기들로 무장을 하고 아프가니스탄 남부 칸다하르에서 승전 퍼레이드에 나섰다.

CNN은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동영상에서 탈레반이 아프간 정부군과 미군이 남겨두고 떠난 미군 무기들로 무장하고 시가행진을 했다고 보도했다.

미 국방부는 지난달 31일 아프간에 두고 온 군 장비들은 불용화 처리를 했고, 무기로서 사용할 수 없도록 했다고 밝혔다. 탈레반이 퍼레이드에 동원한 무기들이 미군 차량인지, 아프간 정부군 차량인지는 확인이 안됐다.

보도에 따르면 탈레반 전사들은 미제 험비와 장갑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타고 흰색 탈레반기를 흔들며 퍼레이드를 벌였다. 퍼레이드에 동원된 장갑차들은 거의 손상되지 않은 말끔한 모습이었다고 CNN은 전했다.

탈레반은 공중에서도 미제 블랙호크 헬리콥터로 공중 퍼레이드를 했다. 이 헬리콥터는 흰색 탈레반기를 펄럭이며 도로 위 탈레반 장갑차 행렬 상공을 비행했다.

CNN은 탈레반이 카불공항의 버려진 미군 격납고에 진입하는 동영상이 나온 바로 다음날 칸다하르에서 승전 퍼레이드를 했다고 전했다.

한 동영상에는 탈레반 전사들이 미군처럼 군복을 차려입고, 격납고에서 미제 중형수송 헬리콥터인 CH-46 시나이트를 점검하는 모습이 담겼다. 탈레반 전사들은 또 아프간 공군 소속이었던 항공기들과 헬리콥터의 조종석에 앉아 사진을 찍기도 했다.

그러나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전날 CNN과 인터뷰에서 탈레반 전사들이 버려진 항공기들을 점검하는 사진에 관해 크게 우려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커비는 "그들은 원하는 모든 것을 점검할 수가 없다"면서 "들여다 볼수는 있고, 주변을 걸어다닐 수는 있지만...띄우지는 못한다. 항공기들을 작동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울러 미군이 "(카불)공항에 남겨둔 모든 장비들을 사용불가능하도록 만들었다"면서 "모든 항공기, 모든 지상 차량들을 사용불능 상태로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커비는 일부 트럭과 지게차 정도만 사용 가능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한편 탈레반은 카불공항 재가동을 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소식통에 따르면 카불공항 재가동을 위해 카타르 기술팀이 1일 카불에 도착했다.

이 소식통은 탈레반의 요청으로 카타르 기술팀이 항공편으로 카불에 도착했다면서 아직 최종 합의에 이른 것은 아니지만 공항 재가동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카불공항 재가동은 카불공항을 통해 인도적 목적의 지원과 안전한 이동의 자유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은 아직 아프간을 탈출하지 못한 미국인 100여명과 외국행을 원하는 아프간인들을 빼내기 위해 현재 카타르 도하에서 탈레반과 협상을 지속하고 있다.

카불공항 재가동은 무엇보다 탈레반에 긴요한 과제다.

아프간이 세계보건기구(WHO),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 등 해외 원조에 의지해 생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을 통한 식량, 의료지원에 꼭 필요한 것이 공항을 통한 대규모 물자·인력수송이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