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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 대리점주 떨어트리려고 한거다"..택배노조, CJ대한통운 녹취록 공개

지난달 30일 극단선택한 택배 대리점주
유서에 '노조 비판' 내용..'대리점 포기' 각서도
택배노조 "대리점 포기 각서, CJ대한통운 요구 의한 것"
"심각한 경제난 속 대리점 포기하자 극단 선택"
노조, '집단 괴롭힘' 일부 노조원 징계위 회부

"사망 대리점주 떨어트리려고 한거다"..택배노조, CJ대한통운 녹취록 공개
김태완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이 2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서비스연맹에서 대리점 소장 사망에 대한 전국 택배노조의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스1화상

[파이낸셜뉴스] 지난달 30일 경기도 김포에서 택배 대리점주 이모씨(40)가 노동조합과 갈등을 토로하며 극단적 선택을 한 것과 관련해 사망원인을 두고 노조와 유가족 간 의견을 달리해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노조 측은 일부 집단 괴롭힘에 대한 정황을 인정하면서도 대리점주의 경제난을 외면한 CJ대한통운에 더 큰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유족 측은 노조 측이 고인을 모욕하고 있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하고 나섰다.

■노조 측 "이씨 '심각한 경제고'..본사 압박"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는 2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서비스연맹에서 '김포대리점 소장의 사망에 대한 노동조합 사실관계 조사보고' 결과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열가졌다.

이날 택배노조 측은 지난 5월부터 이달까지 이씨가 포함된 단체 대화방 대화내용을 전수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택배노조 측은 "조사 결과 일부 조합원들이 이씨에게 인간적 모멸감을 줄 수 있는 내용의 글들을 단체 대화방에 올린 사실을 확인했다"면서도 "다만 폭언이나 욕설 등은 없었고, 항의의 글과 비아냥, 조롱 등이 있었다"고 밝혔다.

택배노조는 이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배경에 '경제적 이유'와 'CJ대한통운의 압박'이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김태완 택배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이씨가 운영한 대리점은 노동조합 설립 이전 6년여간 수수료가 약속된 날 정산된 경우가 2회에 불가했다. 상습적으로 수수료 지급이 지연됐다"며 "조합원들은 어떠한 파업도 진행한 적 없다"고 밝혔다.

또 "고인의 대리점 포기각서 제출 이유를 해명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고인은 심각한 경제적 상황에 직면해 있었고 대리점 소속 기사들에게 4억원의 채무를 지고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고인은 다른 사업도 추진하고 있었으나 여의치 않은 상황이 발생했고 여러 이유로 현재 살고 있던 집까지 매각했다"고 설명했다.

택배노조는 심각한 경제난에 빠졌던 이씨가 안정적 수입원인 택배 대리점 포기 각서를 쓰게 된 배경에 CJ대한통운의 압력이 작용했다고 주장했다.

김 수석부위원장은 "CJ대한통운 김포지사장의 요구로 이씨가 대리점 포기 각서를 쓰게 됐다"며 지난 25일 김포지사장과 노조 조합원 간 통화 녹취를 근거로 공개했다. 녹취록에 따르면 CJ대한통운 김포지사장은 "이씨가 포기를 하게 만든거다", "솔직하게 본사 심사위원들에게 내가 이씨를 어떻게 얘기했겠나. 내가 잘 얘기 했으면 붙었을 것", "저는 얘 떨어트리려고 한 거다" 등 발언을 했다.

택배노조는 해당 발언을 근거로 CJ대한통운이 직접 이씨의 대리점 입찰에 불이익을 주며 포기각서를 유도했고, 경제고에 시달리던 이씨가 극단적 선택에 이르게 됐다고 분석했다.

노조 측 주장에 유족들 즉각 반발
김 수석부위원장은 "CJ대한통운이 이씨 사망에 직간접 책임이 있는 만큼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씨 입찰을 사전 모의로 탈락 시킨 것은 하도급법 위반"이라며 "또 CJ대한통운 퇴직자 자리마련을 위해 기존 대리점장들을 압박하는 행위가 있는지 본사가 감사해야 한다"고 했다.

택배노조는 다만 이씨 유족이 법적 대응의사를 예고한 만큼 조사에 적극 협조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또 이씨에게 집단괴롭힘을 한 것에 대해 징계위원회를 열고 자체 징계에 착수하겠다고 했다.

이에 이씨 유족들은 크게 반발했다.

유족들은 입장문을 내고 "노조의 기자회견은 고인의 죽음을 모욕하는 패륜 행위로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노조는 확인되지도 않은 사실을 앞세워 고인의 마지막 목소리마저 부정하는 파렴치한 태도를 보였다"고 분노했다.

유족들은 "유언장을 통해 노조의 괴롭힘이 극단적 선택의 원인이라고 명백하게 밝혔다"며 "부디 노조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폭력과 괴롭힘을 밝혀주시기를 간곡히 호소드린다"고 전했다.

앞서 이씨는 사망 당시 A4지 2장 분량 유서에 "너희로 인해 죽임의 길을 선택했다"며 택배노조원들을 비판했다. 특히 이씨가 월 수천만원의 매출을 올렸던 '대리점 포기각서'를 제출하는데 조합원들이 '집단 파업' 등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juyong@fnnews.com 송주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