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코로나19 사태 이후 나라빚은 물론 회사, 은행들의 부채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채권 시장 규모는 2440조원에 육박하며 사상 최대수준을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금리 인상기 신용도가 낮은 기업들부터 차환 리스크 등의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채권 발행 잔액 10년새 두 배
2일 코스콤체크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8월 31일 기준 우리나라 채권시장 규모(잔액 기준)는 2437조8407억원으로 집계됐다. 2010년 말 잔액(1217조3534억원)과 비교하면 10년여 만에 두 배 규모로 채권 규모가 불어난 것이다.
작년 한 해 채권 순발행 규모는 246조4387억원에 달했다. 올해 들어서도 채권 순발행 규모는 173조3184억원(8월 31일 기준)으로 집계됐다.
이는 최근 3년간 연 평균 채권 순발행 규모의 2~3배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나라빚에 해당하는 국고채, 특수채는 물론 기업들의 회사채, 은행들의 은행채 발행이 쏟아진 결과다.
과거 채권 순발행 수준을 살펴보면 2016년 48조5166억원, 2017년 79조1832억원, 2018년 76조4088억원, 2019년 108조7255억원 수준이다.
구체적으로 국채(국고채, 국민주택채권)잔액은 918조3609억원에 달한다. 국채 잔액은 2018년 말 640조 4425억원, 2019년 말 687조8427억원에서 2020년 말 805조1248억원으로 늘었다.
이외 8월 말 기준 지방채(공모지방채, 지역개발채 등) 잔액은 26조5383억원, 특수채(공기업 채권, MBS 포함)는 372조626억원, 통안채는 151조8000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금융채·회사채도 폭증
금융사, 일반 기업들의 채권 조달도 급증했다. 금융채(은행채, 카드채, 리스채, 할부금융채 등) 잔액은 2019년 말 470조5903억원에서 올해 8월 말 기준 555조439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은행채의 증가가 눈에 띈다. 은행채 잔액은 2019년 말 307조8378억원 수준에서 1년 8개월 만인 올해 8월 말 359조9036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특수은행 중심으로 코로나19 사태로 자금난을 겪는 비우량 기업 재정 지원에 나선 결과다.
산업은행 은행채 잔액은 2019년 말 101조9536억원에서 올해 8월 말 121조2336억원으로 20조원 가까이 늘었다. 같은 기간 기업은행 은행채 잔액은 59조1700억원에서 71조8900억원으로, 수출입은행 은행채 잔액은 16조9833억원에서 23조4369억원으로 증가했다.
기업들의 빚도 급증했다. 회사채 발행 잔액은 2019년 말 339조8287억원에서 올해 8월 말 413조5804억원으로 70억원 넘게 늘었다.
정부의 회사채 시장 지원정책은 기관투자자들이 회사채 투자를 늘리며 수급을 받쳐 줘 회사채 덩치를 키우는 데 한몫했다. 실제 유동화사채에 해당하는 ABS 잔액도 49조5173억원 수준에서 61조9807억원으로 늘었다.
■"비우량 기업부터 타격 받을 것"
문제는 기준금리 인상기에 본격적으로 접어들면 국가는 물론, 기업, 금융사들의 이자비용 부담 또한 커진다는 점이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국채의 경우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재정 수요 증가 요인이 컸다"면서 "금리 상승 속도와 폭이 중요한데 비대해진 부채로 전 세계적으로 금리 인상은 급하게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신용도가 좋지 못한 BBB급 이하 기업들의 회사채, 만기가 짧은 사모채의 경우 향후 차환 리스크가 생길 수 있다"면서 "향후 금리가 고공행진하면 점진적으로 국채, 지방채 등 국공채로까지 이자 부담은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태근 삼성증권 연구원도 "금리가 오르게 되면 부채 상환비용이 오르기 마련"이라며 "특히 신용도가 낮은 기업과 개인들의 고통이 커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금리 인상기라고 하더라도 기준금리 인상이 시간간격을 두고 진행되기 때문에 완만한 금리 인상을 보이 것"이라며 "한국은행 등도 정책 정상화를 진행하며 디테일하게 모니터링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khj91@fnnews.com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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